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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걸작선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7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0월
평점 :
이 책에 실린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총 다섯편. 각각 다른 이야기로 읽었다가 다시 첫 번째 번역된 작품인 <외부자>로 돌아가니 왜 이 작품을 가장 앞에 수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외부자>
한 고성에서 오래를 넘어 무한히 산 듯한 느낌.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고독과 어둠속에서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누구인지, 이곳이 진짜 세상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추락하든 말든 탑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하늘을 엿보고 죽는 것이 빛을 영원히 보지 않고 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었다.
석양에 닳고 오래된 돌계단을 끊임없이 올라 드디어 지붕에 맞닿는다. 지붕이지만 곧 일종의 바닥에 다다른 것임을 깨닫는다. 문을 열고 출입구를 찾아 또 다른 세상에 들어온 주인공은 기괴한 경이로움과 마주치고 곧 이질적인 느낌에 다시 돌아가려 하지만 문은 이미 막혀있다.
때문에 그는 새로운 세상에 남아 난폭한 자유 속에서 외부자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내게 러브크래프트의 문학은 난해하고 기이했다가 마지막에 다시 처음 작품 <외부자>를 읽으며 작가만의 심오한 상상의 세계관을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엿본 느낌이었다.
수록된 다섯 작품만으로는 작가만의 철학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크툴루의 부름>이나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자>의 설정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밖에서 들려지고 보여지는 초자연적인 공포는 피할 수 없는 선택처럼 느껴지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현실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세계의 존재와 연결되 있는지에 대해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너머의 무엇을 상상해보게 한다.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는지는 독자의 선택이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기이하고 광대한 상상의 공포는 읽는 재미로 다가온다.
내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자비로운 일은, 인간이 머릿속의 모든 내용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한대의 검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부지라는 평화로운 섬에 살고 있고, 멀리 여행하지 못할 운명이다. 다양한 과학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분절된 지식이 한데 묶이면서 현실에 관한 너무도 두려운 전망과 현실 속에 있는 우리의 끔찍한 위치를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계시로 인해 미치거나, 혹은 그 치명적인 빛을 피해 평화와 안전을 찾아 새로운 암흑시대로 도망칠 것이다.
반드시 명심할 점은, 내가 끝까지 어떤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공포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