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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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발간된 대중 여성 잡지였던 <신여성>. 이 책은 당시 여성사의 생생한 자료가 가득차 있어 차림새, 풍경, 문화가 아주 가까이 느껴진다. 또한 무거운 학술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고 생각보다 가독성도 좋고 인용문들도 독자의 편의를 위해 한번씩 매만진듯 하다.


과거 신여성들은 '다르게' 차림으로써 '구'가 아닌 '신'이 되었다. 모던하게 보이고자한 그들의 스타일을 하나씩 살펴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1920-30년대 헤어스타일인 '단발' 이었다.


또한 신여성은 도시로 숨쉬는 여자였다. 신교육과 신문물이 존재하는 도시 경험이 필수였고, 도시 문화를 향유한다는 점에서 신여성 구여성이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이와중에 또 흥미로운 점은 1933년에 크게 유행한 권투의 경우, 경기 구경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열광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근대도시의 신교육과 신물물과 함께 '밖'으로 나온 100년전의 신여성을 시작으로 그녀들이 했던 투쟁, 받았던 편견과 비판, 소비와 허영과 함께 남성의 욕망이 뒤섞여 본질을 흐려 놓아도 결과물을 보면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그 모습이 점점 새롭고 다채로운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데 거름이 된 듯하다.

19세기 말 부터는 점점 학교에 가고 직업을 갖는 여성이 늘어난다. 속박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 '여자', '어머니'라는 높은 장벽을 넘고 점차 개성을 찾아가는 길, 하지만 이것을 '해방'이라고 마침표 찍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지금의 여성인 내가 100년전 여성들의 모습을 마주보며 역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느낀다. 그들의 고군분투로 지금의 내가 누리게 된 것은 감사히 누리고 이제 내가 알아야 할 앎의 몫과 힘써야할 개인의 몫에 대해서는 어떤게 있는지 깊게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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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남성의 '시선'체제가 작동하는 담론의 장이 잡지 <신여성>임에는 분명하다. 그와 동시에 그 시선 체제를 탄생시킨 불온한 신여성의 존재감 또한 분명하다. 여우털 목도리 때문에 한껏 조롱당할지언정 비로소 자기 몸을 보살필 수 있는 여성이 등장했고, 교만과 허영으로 가득한 사랑을 꿈꾼다고 비판받을지언정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성이 나타난 것이다. 그녀들의 불온한 무게감을 감지하는 것이야말로 <신여성>의 페이지를 읽어내는 지금 우리들의 '시선'일 터이다.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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