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 역사에 연루된 나와 당신의 이야기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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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좋은 점이 한가지 입장에서 역사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분법적인 해석이 아니라 이야기 속 숨겨진 여러 시각과 갈래들을 따라 이리도 들춰보고 저리도 들춰보며 과거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거기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당시의 문학과 영화, 노래들도 많이 인용되면서 일단 읽는데 재미가 있고, 모든 것들이 역사에 줄기에 얽혀있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역사에 휘말려 있는 연루자' 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타이와 미얀마를 잇는 철도를 놓는 곳 콰이강의 다리위에 조선인들이 있었다. 여기에서 서술하는 '조선인 포로감시원'을 보며 역사적인 관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흑과 백처럼 가려낼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 시기는 어쩌면 일본인보다 같은 민족인 조선인 포로 감시원에게 당하는 수모가 더 치욕스러웠다.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확실한 가해자 같은데, 종전 후 전범 재판과 그 이 후의 가혹하고 기구한 조선인 포로 감시원의 삶을 보면 동시에 피해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판에서 사형 당한 일본인은 고작 일곱명이었는데, 조선인 포로 감시원은 14명이었고, 이후 풀려난 기시노부스케 같은 경우는 A급 전범인데도 총리까지 하고 잘먹고 잘산다. 그렇다고 해도 전범의 가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 악이 있다면 그에 동조한 개인의 윤리적 책임은 간단히 면제될 수 있을까?(62P)" 가해의 사실을 쉽게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책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든 이야기에는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바로 역사 안에서 '내 몫의 책임'을 헤아려 보는 것. 나는 몰랐고,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라 책임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역사에 연루시킴으로서 윤리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건에 제대로 휘말려야 문제가 보이고 해결책을 찾듯 역사의 앎과 책임은 비록 일인분일지라도 그것만이 우리가 과거와 미래의 들어갈 수 있는 열린 틈이라고 희망한다.


일본인들이 전쟁에 대해 두 단계에 걸쳐 상이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후에는 한가지만 선택적으로 기억되었다고 지적한다. 초기 단계의 전쟁 기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자랑스러워하는 대일본제국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된다. 최종 단계의 전쟁 기억은 일본인 개인들이 겪어야 했던 모든 고난과 고통들에 대한 일화들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에게서 전쟁 기억은 후자로 귀결됐다. 무조건 항복과 도쿄전범재판으로 전쟁이 범죄화되자, 일본인들은 전쟁 전반부의 영광스러운 군사적 전진의 기억을 묻어버린채 전쟁 후반부의 고통스러운 경험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43-44p <너의 이름은>, 기억함으로써 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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