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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풍경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5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평점 :
총 2권을 합본한 책인데, 난 1권의 작품들이 더 기억에 남았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그나츠 데너>.
빈곤한 가정을 꾸리고 힘들게 살아가는 안드레스 부부에게 뜻밖의 귀인이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이그나츠 데너. 그는 딱히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이 부부에게 돈과 보석을 준다.
처음엔 행운이라 생각해 감사해하지만,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어느 순간부터 안드레스는 데너와 함께 있으면 몹시 섬뜩한 느낌이 들게 된다.
마음속으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경계심을 풀지 않으며 데너를 주시하지만, 한 순간에 악의 함정에 빠지게 되고, 언제나 경건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던 안드레스는 심한 비탄에 죄 없이 벌을 받게 되는 상황까지 몰린다.
<밤 풍경>에 수록된 호프만의 작품들에서는 두 가지 특징이 보인다. 파멸로 이끄는 격렬한 광기와 거기에서 오는 공포, 기이한 현상과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환상에 대한 묘사다.
19세기 유럽, 그로데스크한 환상, 불안하고 두려운 본성의 공포, 인물과 서사가 뒤섞여 그 시대의 온갖 이야기가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아이가 작게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구해줘요, 내 아이를 저 악당의 마수에서 구해줘요!"
끔찍한 상황을 직감한 조르지나가 막 집안으로 들어서는 하인을 향해 외쳤다. 하인은 얼른 도끼를 들고 문을 부쉈다. 독한 냄새를 풍기는 증기가 두 사람에게 훅 밀려왔다. 조르지나는 단숨에 방안에 뛰어들었다. 아이가 벌거벗을 채 사발 위에 누워 있었고, 아이의 피가 사발안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