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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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의 펜실베니아 포츠타운. 이곳에서 흑인 아버지와 유대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존하는 이 땅에 '치킨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세웠다.

당시에 미국은 유럽에서 이주해 온 유대인들과 이민자들이 흑인과 다름없이 차별받고 외면 당했다. 순수한 미국 사회에 진입하지 못했던 이들은 서로가 작은 파벌을 만들어 살아갔고, 그들 사이의 관계도 관용이나 연대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이전에 읽었던 <어메이징 브루클린>에서도 느낀거지만 맥브라이드 작가는 소설 속 모든 인물을 주연처럼 느껴지게 하는 힘이 있는 듯 하다.

모셰와 초나, 이삭, 패티와 페이퍼, 네이트와 애디, 그리고 도도... 소설을 덮어도 각 인물의 이야기의 전과 후도 궁굼해진다. 아마도 그 시대 살았던 소시민의 삶 같이 느껴져서 그런것 같다.

당시에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펜허스트 정신병원에 12살 흑인 소년인 도도를 수용하기로 정부에서 결정하자, 도도를 구하기 위해 모두가 할 수 있는 각자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리를 지어 살았던 약자들이 도도 사건으로 인해 다같이 힘과 생각을 모으게 된 것. 분리에서 통합이 이루어지는 부분.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의 부조리와 편견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으로서 선한 의지를 지키기 어렵다. 소설에서 말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각자의 삶에서 선한 태도를 행하며 사는데 다양한 형태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선한 태도와 의지라는 것도 내 안의 편견에서는 굉장히 평면적이었다.

휘몰아치는 서사가 없이 잔잔한 리듬에 지루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다양한 삶의 결들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레딩으로 옮기면서 모셰에게 극장을 팔고 자신과 함께 이사하자고 주장했을때, 초나는 이곳에 남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세우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111p

유럽에서 집을 찾아 떠도는 유랑민족처럼, 버지니아 해안에 내려 대서양 너머 고향 땅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서아프리카 부족민처럼, 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이삭, 네이트,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가 하나되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걸었다. 그들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미래였다. 이곳 약속의 땅에서 그들이 얻은 풍요로움이 어느날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자신들의 뿌리 깊은 전통과 역사가 10초짜리 광고로 전락하고, 의미 없는 휴일에 애국심 높이는 스포츠 경기나 내보내며 선조들이 험난한 투쟁과 자랑스러운 과거는 잊고 현란함에만 열광하는 미래.

2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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