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저자가 30년동안 성실하게 쓴 서평과 칼럼, 인터뷰, 부고기사로 이루어져 있다. 문학이라는 긴 역사를 한권의 책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생생한 현장에서 무언가를 붙잡고, 작가들과 관계를 맺고, 끊임 없는 사유 속에서 씨름하며 성실한 태도로 하나하나 증언처럼 씌여진 기사들의 가치는 충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조세희, 박완서, 김소진 작가의 작품부터, 노벨 문학상에 대한 지적, 신경숙 표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단의 억압과 기울어진 권력, 무라카미 하루키의 역사 허무주의에 대한 비판등 문학의 역사와 세계를 날카롭게 훑을 수 있는 창을 열어보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작가들(조세희, 박완서, 김소진, 진이정, 황석영, 김지하, 안도현)과 작품들의 비평과 마지막 부분의 부고가 참 좋았다. 그 이유가 뭔가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최재봉 기자가 문학이라는 거대한 땅과 그 위에 지내면서 맺은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끈끈한 애정이 글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따뜻한 시선이 날카로운 비평과 작품에 대한 촘촘한 분석들을 더 단단하고 진실된 목소리로 만들어준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싫어진다는데, 저자의 30년 문학기자 외길은 더 깊은 애정과 선명한 완성도를 보여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