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홍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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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젊은 보호자가 된 한 돌봄청년과 직접 방문 진료를 하는 한 의사의 대담집이다. 이 책은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되지만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고 폄하까지 받는 돌봄에 대해서 다시 재정의, 재구성하게 해준다.

세상을 두 사람으로 나눠본다면, '돌봄받는 자'와 '돌보는 자'가 아닐까 한다. 한 사람의 생애주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아도 유년시절에는 돌봄을 받다 중장년의 때는 자식과 늙은 부모를 돌보게 되고, 노인이 되었을 때는 다시 돌봄받는 입장이 되어 살아간다. '돌봄이 순환하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인데,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고 지금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고 돌봄의 가치와 필요성, 장기적인 계획 앞에서 무지하거나 희미할 뿐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의 순환이 당연하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돌봄 또한 순환한다. 돌봄이 순환하기에 우리는 생존하고 또 살아갈 수 있다.

여태까지 '돌봄'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꼭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 뿐 아니라 육아를 하는 것, 친구를 챙기는 것, 더 나아가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까지 돌봄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누군가를 챙기는 행위가 다 돌봄'인 것이다.(p29) 이렇게 돌봄의 시각을 폭 넓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주 돌봄 노동자 타겟인 중년 여성이라는 프레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청년 돌봄자를 '영 케어러'라고 불린다. 우리가 기존에 돌봄을 하던 어머니가 아프거나 집을 나가면 그 여성들이 수행했던 돌봄 역할을 청년들이 그대도 이어받게 되는데, 바로 이때부터가 '영 케어러'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때문에 청년이 먼저냐, 중장년의 여성이 먼저냐, 노인이 먼저냐 하는 선후관계를 따지기 보다 이들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남과녀, 나이 구분을 넘어서 그저 같이 감당해야하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주 동떨어져 있다. 돌보는 자와 받는자 모두가 사랑과 연대 속에서 보살핌을 받는다면 좋을텐데, 누군가에게는 작동하고 누군가에게는 작동하지 않는 불평등과 함께 서서히 고립되는 게 현실이다.

이 대담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돌봄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즉, 국가만의 일도 아니고 개인이 홀로 버텨야하는 것도 아닌 다양한 관계들 안에서 이뤄져야 할 논의 대상인 것이다.

사람은 서로 의존하고 관계 맺음을 통해 돌봄 인프라를 형성한다. 저자들은 해결방안으로 지역 사회 발전을 강조한다. 집에서 멀리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일하며 아픈가족을 돌볼 수 있고, 응급상황이 나면 대학 병원으로 몰려가는게 아니라 지역에서, 동네 공동체 조직이나 지원을 통해 아파도 내 동네 내집에서 잘 아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바로 '커뮤니티 케어'라고 한다. 커뮤니티 케어가 실현되려면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몫을 가지고 균형있게 살아가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한 민국 사회에는 공동체가 없다. 오히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해진 핵개인의 시대에 살고 있고, 국민의 50% 이상이 아파트라는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는 연대와 공동체와는 먼 개인주의와 고립에 가깝다. 개인이 무너지면 아무런 방어막이 없는 것이다.

'살던 곳에서 잘 아프고 잘 돌봄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이념을 가진 커뮤니티 케어의 실현은 이런 고착된 개인의 사고를 바꾸고 다양한 층위의 관계를 맺으려 노력해야하며, 시·군·구등의 지자체가 함께 움직이고 보험공단까지 한 단위로 움직여야 변화가 가능한 일이다. 꼬리만 움직이지 않고 몸통과 머리까지 움직여야 혁신이 가능한 것이다.


어떤 것도 단 한가지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반드시 놓치는 게 있다. 우리 사회는 서로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 같은 구조이고, 사람이란 서로에게 의존하고 영향을 끼치기에 우리는 돌봄 안전망을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촘촘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눈에 바로 보이는 변화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꼼꼼하게 지속 가능한 플랜이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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