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셋 2024
송지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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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부터 한국문학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젊고, 생동감 있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다양한 시도와 세련된 표현으로 책으로 잘 포장되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고 문학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나보다 생각됐다. 그리고 영화나 음악보다 시대와 사회의 미래를 읽는 속도는 문학이 더 빠르다는 사실을 확연히 느끼는 요즘이다. 아마도 특별한 조건을 갖추지 않아도 많은 이에게 지면이 주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히려 이점이 독자인 내게 좀 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셋셋 2024>도 어쩌면 내 손에 가장 빠르게 도착한 내일의 문학들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소설 세편과 시 세편이 실려있다. 소설가 3인과 시인3인은 모두가 등단한 작가는 아니다. 무명도 있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장점. 모두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무대와 인물들이 만나 문학의 미래와 가능성을 본다.

시는 생각보다 표정이 또렷해서 놀랐고, 소설은 읽기 매끄럽고 완성도가 높아보여 감탄했다. 송지영 <마땅하고 옳은 일>에서는 노화와 돌봄 노동 속에 있는 복잡한 감정선과 부채 의식을 보여주면서 '인간으로서 해야하는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는 정의와 기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한다. 핸드폰 너머로 딸이 '엄마,엄마' 하고 애타게 불러도 아무말 않고 텅 비어 그저 앉아만 있을 뿐인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성수진<재채기>는 글쓰는 행위를 통해 당시에는 몰랐던 자신의 진심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인데, 설정인 엄마와 딸 관계도 그렇고, 일기를 쓰면서 뒤늦게 내 마음을 깨달은 경험이 나도 있기에 공감이 많이 되는 작품이었다.

어느 때보다도 가깝게 와 닿는 소설과 시들을 보며 맞닥뜨린 상황과 조건은 달라도 놓지 않고 꾸준히 쓰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뜨거운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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