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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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감수성'이란 말이 있다. 나는 인권에 대해 필요성만 인지했지 인권 감수성이라는 것도 노력해서 키워야 한다는 자각은 없었다. 논리력과 판단력을 키우는 것처럼 폭력과 차별, 통제, 억업등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인권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사람들이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영화라는 창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인물과 이야기에 몰입, 공감하게 한다. 그래서 인권의 현 주소를 파악하고 자꾸 내 안에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것을 기획한 국가 인권 위원회는 2002년부터 인권영화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임순례, 정재은, 여균동, 박진표, 박광수, 박찬욱 감독이 참여한 <여섯 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2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다양한 인권 이슈를 다룬 영화들을 세상에 내 놓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 책은 '영화로 만나는 인권'인 것이다.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책만으로 상황과 메세지가 충분히 와 닿는다. 씨네 21기자인 이다혜 작가와 이주현 기자의 유려하고 설득력 있는 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영화관 옆자리에 앉아 책에 수록된 10편의 영화를 하나씩 보며 같이 고민하는 느낌이다. 익숙했던 문제들도 새롭게 다가와 읽히는 기분.

그러고 보면 최근에 본 칼럼이나 책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던 대한민국 사회의 인권 이슈가 다 들어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는 개인이라면 어떤 이도 이 문제들과 겹치지 않는다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곧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입체적인 방안을 설계해야 하는 문제들인 것이다.

인권의 범위도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다. 청년 인권, 학생 인권, 낙오된 아이돌의 인권, 노인의 인권, 존엄한 죽음과 고독사, 장애인의 인권등 꼭 약자나 소수자가 아니라도 시대 상황과 사회 환경등에 몰려 보호해야 하는 인권도 있었다. 그동안 너무 납작하게만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청년과 학생, 노인의 인권에 대해 집중해서 읽었다. 아직은 한 사람으로 대표될 수 없지만 그 시기에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는 시대가 흐를수록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의 개별적인 삶의 슬픔은 미래의 예견된 우울 같아 걱정이 심화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옥섭 감독의 영화 <메기>에서도 그런 불안이 잘 느껴졌다.

외부로부터 느끼는 불안, 내부에서 조금씩 벌어지는 균열은 청년들의 삶 곳곳에 어둡고 깊은 구덩이가 숨어있는 것 처럼 보인다. 과연 청년을 위한 해피엔딩이 있을까.

졸업하는 순간 더 이상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학교는 자녀를 양육시키면서 다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속에서 들끊는 문제들은 더 많아졌고, 살벌한 공간이 되어 있는 학교가 되어 있었다.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목표한 교육에 성과를 내야하는 시스템이 과연 아이들에게 옳은 것인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한다. 최익환 감독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를 보며 가장 빨리 개혁되어야 할 문제는 교육 부분인 것 같아 조급한 마음이 올라온다.


현재 노인 인권에 대한 모습은 곧 내 미래의 풍경이다. 나는 아직 일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는 안된다고 인정해주지 않을 때 오는 괴리는 노인들이 감당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닐까 한다.

모든 인간은 늙는다. 노화에서 결코 해방될 수 없다. 사람들은 종종 이 진실을 잊는 것 같다.

이러한 풍경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우리의 미래다.

그것은 유별난 것도 답답한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다.

4장 아이와 노인은 무엇이 닮았을까 (89p)

읽으면서 좀 서글퍼지고 씁쓸한 표정이 나타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문제풀이데 대해서는 내 표정과는 다르게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시대의 공기를 담는게 영화라면, 그 공기를 머금은 미래에는 좋은 것으로 바뀌길 바란다. 그것이 곧 우리의 표정과 같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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