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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연금책 - 놀랍도록 허술한 연금 제도 고쳐쓰기
김태일 지음,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우리나라 연금운용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항상 관심은 있었으나 정확히 현황을 알지는 못했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며 예상한 것보다 더 허술하고 엉터리인 노후 소득 보장제도에 분노와 좌절감이 일었다.
과거에도 노인빈곤은 항상 이슈였다. 다만 요즘들어 더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규모때문이다. 노인규모가 과거보다 훨씬 증가했기에 눈앞에 닥친 큰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다. 즉 노인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세대가 많아지고 그에 비해 근로 세대는 줄어들고 있다는 말은 연금 재정이 점점 소진되고 있다는 말이다.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연금을 없애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도 제대로 못하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까지 결여됐으니 당연한 소리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대책이 나오듯 총 10장의 내용에서 5장 정도까지는 이에 충실하고 있다. 연금의 속성과 필요한 이유, 지속가능하기 위한 조건, 다른 OECD국가들과 비교,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구성 원리등 연금 제도의 기본적인 상식과 구조의 문제점들을 세밀하게 풀어 놓는다. 말 그대로 현황파악.
연금은 '내가 낸 원금(보험료)+운용수익 만큼 급여를 받는데 이게 수지 균형이 맞아야 지속 가능하다. 앞서 말했든 근로세대의 규모가 노인세대규모보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현재 연금 구조로는 지속가능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가입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소득이 낮을 수록 가입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고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미수급자가 많다. 소득과 성별에 따른 가입기간의 격차를 줄여야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다.
6장부터는 기초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안, 엉망인 퇴직연금에 대안등 여러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훑어보면 전문서처럼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이 책은 사실 대중서다. 연금개혁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최대한 쉽게 쓰여진 책이다. 잘 모르는 나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고, 알지 못했던 때 보다 알고 나서 오는 문제의 심각성에 오히려 놀라울뿐이다.
사실 문제점에 대한 분노는 하나의 길로 통한다. 그것은 제 기능을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이다. 결국 더 내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아니면 운용수익을 높이거나 덜 받아야하는데, 이미 운용수익률은 현재 엉망이고 개선하기에는 너무 어려워보인다. 게다가 지금도 연금급여가 많은 편은 아니니 줄이기도 힘들다. 그래서 지금처럼 받는 연령이 늦춰지는 방법뿐이 없는데, 개혁을 하자니 한 세대가 반드시 손해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안타까워진다.
연금제도는 개인이 노후를 대비하는 것보다 공동 대응이 더 효과적이기에 이것을 책임지고 해결하는 국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 복지를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 걱정이다. 여기에 생각보다 무관심한 국민들도 일부 책임이 있겠다. 이런 책이 많이 읽히고 국민들의 눈이 밝아지고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