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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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비건>으로 유명한 김한민 작가가 기후/생태 이슈에 대해서 경고하고, '탈인간'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선언하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얼굴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쓴 책이다.

우리가 휴머니즘이라 부르지만

정확히 말해 인간중심주의라 불러야 할 그것은,

우리 생애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에 답을 줄 수 없다.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2003년 인터뷰에서

이미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이상 기후 변화는 이제 환경이슈가 아니라 문명이슈가 됐다.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환경 쪽으로 넘어가는 순간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해 닥친 현안에 밀려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은 채 그저 현상유지만 하게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작가는 이런 사회와 정치, 개인의 행태에 대해 강렬히 비판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 종식과 에너지,식량,교통 부문의 대전환. 이걸 다 해도 장담은 못하지만, 이것 없이 해결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이 이미 십수년간 강조해온 이 기초상식을 모르는 국가는 이제 없다. 문제는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이다. 자본과 기술이 해결한다는 서사가 그 틈을 파고 든다. "힘들게 바꿀 필요없어. 수소산업, 탄소포집기술, 숲의 수종 교체 등에 투자하면 시장이 알아서 해결해 줄꺼야!" 그러나 이 달콤한 약속들은 충분한 시간을 전제한다.

29p

지구 가열을 섭씨 2도 이하로 막을 수 있는 시간이 10년도 채남지 않았다고 한다. 기후 위기를 되돌릴 골든타임을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언제 될지 모르는 기술과 자본 시장에 맡길 것이 아니라 좀 과격하더라도 근본적이고 실제적인 저감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처럼 "전시체제에 준하는 생태적 레닌주의"같은 급진적 대안들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39p) 적응이 아니라 저항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현실의 분위기는 매우 차갑다. 정치와 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지식인들이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섭외되고, 마이크와 지면이 주어지는 자들이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

'탈인간'은 말 그대로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인간으로 형성됐는데 어떻게 인간이기를 포기하는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인간중심으로 살아야 하는게 본능적인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인간중심'에서 '인간매개'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

생태계와 기후를 파괴하면서 다른 종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공존하자는 뜻이다. '공멸'이 아니라 '공존'.(p13)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사회에서 공생과 공존의 실현화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중심이 되어야 하고, 더 많이 이익을 보고 (최소한의 투자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 외 부수적인 부작용은 개의치 않는 인간사회가 과연 변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라도 목소리를 내어 외치고 실천해야하는 필요성은 반드시 있는 문제다. <탈인간 선언>은 기후, 생태계 변화에 대한 문제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강하게 인식하게 한다.

소수의 사려깊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결코 의심해서는 안된다. 사실, 그것 없이 바뀐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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