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불안 - 더는 불안이 불안하지 않다
커티스 창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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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미국 이민 가정에서 자란 저자 커티스 창은 어린 시절부터 불안을 마음에 쌓는 경험을 한다. 여덟살 때부터 집 열쇠를 건내받은 저자는 '래치키 키드' (맞벌이 부모가 퇴근해서 집에 오기 전에 하교하는 아이)였다. 커티스 창은 누나든 부모님이든 얼른 집에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였다.

그는 형제가 집에 와도 부모님이 오실때까지 그들의 직장에 전화를 걸어 퇴근을 확인할 정도로 불안에 떨었다. 너무 어려서 그때는 자신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라 아무말도 못했지만, 나이를 먹으며 속 안에 내재된 불안은 '고기능성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진화되어 있었고,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여 목회자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중 불안에 발목잡혀 공황발작 증상과 극심한 불안증에 맞부딪히게 된다. 아무리 피해도 어디에선가 반드시 걸려서 넘어질 문제였던 것이다.

이 증상으로 가장 기본적인 활동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목회현장을 떠나게 되었고,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마음 치유 과정을 연구하고 '불안'에 대한 성경적인 접근법을 탐구하게 되었다. 이후 그 모든 과정과 열매를 정리해 <안녕,불안>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앞서 길게 저자의 소개를 한 이유는 그가 말하는 불안은 타인을 연구해 결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스스로가 불안을 안다고 말하기 위함이다. 불안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과 좌절을 직접 겪었기에, 불안의 위험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가 이후의 주장하는 모든 말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불안'을 빼면 설명하기 힘든 현대인에게 그만큼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지만, 대부분 불안과 근심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고 회피하게 된다. 이것이 점점 진행되면 늘 불안해서 불안을 자기정체성의 일부로 느끼게 되버린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불안이 위험한 질병이며 다른 질병처럼 제거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불안을 느끼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불안에 건설적으로 반응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좋은 기분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다."

인용구'트레이시 데니스 티와리' 28p

그렇다면 불안을 제거해야 하느냐. 위의 인용구를 보면 불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인간이라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해결한 것 같아도 다시 다른 문제와 환경에서 또 다른 형태의 불안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삭제는 불가능하고, 이 불안에 대응하는 건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의 원제는 <불안이라는 기회>다. 저자는 불안에 대응하는 성경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기회'라고 정의한다. 시작은 불안이었지만 이것이 변화로 다가오고 결국엔 성장한다는 것이다. 불안에서 오는 모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단지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마치 내 변화의 원재료가 되는 것이다.

불완전한 것이 죄가 아니듯, 불안이 언제나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불안에서 해방되기를 기대하기보다 나를 변화시킬 하나의 씨앗으로 보고 미래의 불안과 상실을 두려워하지 말자. 나를 당장 현재로 데려와 지금에 집중하도록 하자.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불안과 걱정을 없애는 성경적인 해법이 있다고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불안, 문제, 상실에 대해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되 거기서 끝나지 않고 직접 마주보고 피하기 위한 기도가 아닌, 이겨낼 수 있는 기도를 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불안은 외부에서 오는 것보다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 더 크니 내가 변화된다면 삶의 방향성과 질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이제 걱정 인형은 그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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