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냄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9
김지연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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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시리즈의 마흔아홉 번째 소설 김지연 작가의 <태초의 냄새>.

소설이라기보다 누군가의 일상을 읽은 것 같다. 일기 같이 단순한 형태가 아닌 일상을 인용하여 삶에서 느껴지는 보편적인 상징을 표현한 것 같다. 조금 더 촘촘하고 적나라하게.

소설은 인간의 오감중 하나인 후각을 통해 상실과 혐오를 나타내보인다. 상실은 K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후각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것은 익숙하게 쌓여왔던 그 동안의 냄새의 기억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기억 속에는 오로지 후각을 통해서 좋아함을 느꼈던 뭔가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감각이고, 이후에 밀려오는 불안감을 K의 심리를 통해 자세히 보여준다. 삶은 언제든 형태를 바꿔가면서 우리에게 무엇이든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부분.

두 번째, 후각을 통해 나타낸 혐오. 이것은 악취로 표현된다.

후각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K가 맡게 된 '악취'는 그녀가 회피하거나 외면했던 고통들이 가하는 복수의 알레고리로 읽히기도 한다.

121P

K는 동료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건설 노동자들에게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한다. K의 동료는 불만을 토로한다. "진짜 역겹지 않아요?" 사회에서 노동을 낮게 평가하는 계급주의와 혐오가 이 상황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K가 과거에 할머니와 했던 대화에서처럼 사람에게서 풍기는 냄새는 개인마다 다 다른것이다. 그리고 그 냄새는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스스로가 만들어 풍기는 냄새가 악취건 향기롭건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 또 웃기면서도 씁쓸한 이면이다.

K의 외할머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 산 사람은 자신만의 냄새를 갖게 마련이라고. 아니다. 날 때부터 누구나 냄새를 갖지만 살다 보면 점점 더 자신에게 꼭 맞는 냄새를 갖게 된다고 했었다. 그러다 할머니만큼 나이를 먹으면 슬슬 그 냄새를 풍기게 된다고.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눈치챌 수밖에 없을 만큼 아주 풀풀.

P19

그러니 남의 냄새에 코를 틀어막고 얼굴을 찡그리며 계급을 따지고 혐오를 드러내기 전에, 자신에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자세히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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