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2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고전의 숲 두란노 머스트북 3
존 번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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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고전 <천로역정>의 뒷이야기가 나왔다. 한 가정의 가장인 '크리스천'이 순례의 길을 떠나고 그와 함께하지 못하고 남은 가족들의 궁굼증이 풀렸다. <천로역정2>는 남은 아내와 아들들이 남편이자 아버지가 걸었던 구원의 길을 뒤따르는 여정이다.

남편 크리스천을 따라 아들과 함께 떠나려는 아내 크리스티아나. 그녀의 순례여행은 출발점부터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름이 그 사람의 형질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현명, 비밀, 겁쟁이, 긍휼, 경솔, 무분별, 일자무식, 박쥐눈 등 읽으면서 상황에 따라 여러 인물들에 나를 대입해보게 된다. 재밌다기보다는 '뜨끔'하고 '반성'하게 되는 기분이 반복적으로 든다.

세상의 기준이 중심인 사람들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좁은 문은 사실 영생으로 가는 문이었고, 그 여정에서 짙게 묻어나는 고난 앞에서 세상이 세운 대책이 아니라 크리스천다운 성경적인 해답을 찾아나가면 주어지는 상급. 마땅히 가야할 오르막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되는 그 길 앞에서 매번 작아지는 마음이 보인다.

어려움이 있다는 건 제가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지요.

크리스티아나 (42p)

여정을 떠난 뒤로 강한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크리스티아나'보다 나는 '긍휼' 쪽에 더 가까웠다. 가야 된다는 것을 알고 따라나서긴 했지만 '완벽히 환영받을 수 있을까?'하고 문 앞까지 이르러도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이 너무 나 같아서 순간 몰입됐다.

하지만 저는 아주머니가 들어가고 저만 남았을 때가 가장 두려웠어요.

"두 여자가 맷돌질을 하고 있으매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버려둠을 당할 것이니라."

긍휼 (56p)

성경의 말씀과 세상의 말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흐른다. 때문에 세상에 던져져 살아가고 있는 내게 올바른 신앙생활은 매번 좁은 문을 선택하는 반복되는 과정과도 같다. 세상의 것을 택했을 때는 두려움과 불안이 몰려온다. 두려움과 불안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저울을 시시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 앞에 놓아볼때마다 나는 '긍휼'이 말한 위의 두려움을 느낀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크리스티아나가 데려온 네 아들과 며느리들, 손주들은 천성으로 가는 강을 건너지 않고 남아 있는다. 이 결말로 남은 우리들을 교회의 부흥을 통해 이 땅에 남겨두신다는 메세지로 해석된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이란 오로지 죄의 사면과 천국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도 천국을 경험하며 작더라도 조금씩 주의 나라를 확장하는 삶을 살라는 뜻과 같다. 죽어서 가는 천국에만 눈이 가있으면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곳에 살 가치와 소명이 없어진다. 이 말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하나님이 계시는 천성 안으로 들어온 듯 문제를 초월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절박한 심정으로 멸망의 도시에서 나와 어두운 골짜기를 거쳐 하나님의 나라로 가고싶은 순례의 여정을 상상하며 영적 도전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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