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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듀엣
김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p67
한 사람의 죽음은 한 개의 몫이 아니라 그와 연결된 수 많은 사람들의 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유가족을 포함해 죽은 이와 가장 친밀했던 지인들의 남은 삶에 어떤것보다도 충격적인 상실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본인이 겪어보지 않고는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렵다. <고스트 듀엣>은 이 어려운 일은 소설의 창을 통해 어떤 경험보다도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고 공감하게 한다.
짧은 소설들 속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야기와 인물을 따라가다가 지칠때쯤 갑자기 알아차린다. 이 속에 죽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에 죽은 자와 산자들의 말이 뒤섞이며 계속해서 살아간다. 이 깨달음은 처음엔 혼란스럽다가 나중엔 슬퍼진다. 아직 남아있는 현생을 사는 사람들의 아픔이 생생히 느껴진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물리적인 부재를 겪었지만, 곧 이어 살아가야할 남은 시간의 아픔들이 시시때때로 마음을 계속 뒤흔든다.
석찬을 한순간 철들게 한 것이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한 사람과의 삶이었다면 어땠을까.
"다들 우리 같은 사람들 이상하다고 하잖아요. 죽은 사람을 평생 끼고 살아서 어쩔 거냐고. 오죽하면 저희 남편도 떠났게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당신만 견디는 거 아니라고,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근데 모르죠, 저도. 언제까지 이럴지. 그걸 제일 알고 싶은 게 우리잖아요, 우리가 제일 궁금하잖아요. 안 그래요?"
<고스트 듀엣>은 김현 시인의 첫 소설집이다. 5년간 작품 11편을 살뜰히 모아 세상에 내보인 것. 소설집 속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소수자들을 옹호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삶이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며 산사람과 죽은 사람이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함께 부르는 듀엣이 슬프다가도 따뜻해진다. 이 따뜻함은 아마도 떠나간 그들의 얼굴을 잊고자 하는게 아니라 마음을 다해 기억하고자 하는 뜻임을 알기에 느껴지는 온도 같다.
"형, 유령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넘는다는 뜻이 있는 거 알아?"
"그래?"
"어. 넘을 유, 고개 령."
"죽음의 고개를 넘어서 유령이구나. 아니지, 삶의 고개를 넘은 건가."
살고 죽고를 떠나서 마주잡은 두 손처럼 계속해서 기억하고 함께 살아간다. 아직 사회적 재난이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보진 않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미래의 어느날 나에게도 일어날 상실 앞에서 마음에 위로가 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