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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 배경이 되는 코로나19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겪은 재해였고, 각자의 환경과 입장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와 흔적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소설을 읽고 있자니 잊고 있었던 지난 2020년의 여름을 생각나게 만든다. 또 다시 망각의 너울 속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를 관통해간 그 재해의 부스러기들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정리하게 되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리는 도심 상가의 캔들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이다. 코로나19를 시작으로 나리에게는 심리적, 물리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결핵보균자가 되어 병원을 찾고, 그 원인을 생각하다 어린시절 시간을 함께했던 만조 아줌마를 회상하고, 이웃으로 친분이 있었던 수미가 코로나 확진을 받고 입원하게 되고, 수미가 몰아세우며 키운 딸 서하를 바라보며 탄식하기도 한다.
큰 사건 없이 이야기가 너무 일상적이라고 생각 될 수도 있다. 헌데 이 일상적이라는 느낌은 내게 아주 현실적인 고증으로 다가왔다. 코로나를 잘 모르는 세대가 나중에 이 책을 읽으며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개인이 사회에서 서서히 고립되고 이웃이 서로를 의심하며 사람 관계에 있어 얼굴을 마주보고 감정과 생각을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깨달을 것 같다.
은채를 학원 앞까지 바래다주고 중앙공원을 걸어나오는 동안 나는 이제 얼굴 전체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상가 계약과 공방 이전, 아이들의 등교 중지와 줌 화면 속의 수미 집, 코로나19 폭탄에 날아온 수많은 파편들을 앚기까지 지난 열달이 주마등처럼 달려들었다. 자책과 원망과 이 모든 상황에 대한 혼란에 숨이 갑갑해져오는 채로 나는 기정로로 걸어갔다.
나는 이 고립은 안다. 자발적인 고독과는 다른 강제적인 고립은 종종 사람을 굉장히 예민하고 이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엔 이 미묘한 상황들까지도 느낄 수 있게 했다. '아 맞어.. 이랬었어...' 하는.
나리와 수미와의 작은 갈등이 시작되면서 우연히 그녀들은 만조 아줌마를 찾아가는 길에 동행하게 된다. 그곳에서 사과 축제까지 참가하고 나리의 어린 시절 아줌마가 품삵 대신 좋은 사과를 대신 받아가서 술을 담갔던 비밀이 밝혀진다.
이 비밀은 여러가지 사유를 하게 만든다. 재해든 뭐든 문제가 생기면 사회는 최하층과 약층을 소외시키거나 고립 시킨다. 어떨 수 없이 발생되는 피해자들은 매번 그리 대단하지 않은 (가진것이 많지도 않은) 비슷한 계층의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행동으로 위로를 받는다.
이것이 설명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인물들의 묘사와 세밀하고 촘촘한 감정 표현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스며든다. 나도 아이들의 엄마로서 코로나19의 시기는 나름 힘들도 외로웠다. 모두가 맞닥드렸던 같은 문제지만 다른 형태로 그 흔적들이 남았을 것이다. 소설<마주>는 잊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문제를 마주보자'는 느낌도 있고, 고통의 순간에도 따뜻함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자'는 느낌도 든다. 제목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