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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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헬레나는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 유명작가는 진실을 내뱉을 용기를 내게 된다.

완벽한 남편,

완벽한 딸,

그리고 완벽한 거짓말.

4년전 자신이 했던 거짓말을 속죄하기 위해 그녀는 마지막 책을 쓴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글쓰기라는 도구로 그녀로 인해 세상에 묻힌 그래서 반드시 꺼내야만 하는 엉킨 이야기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기 위해서.

사실 헬레나는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4년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려 왔다. 느슨해진 실밥 하나를 누군가가 잡아당겨 주기를. 결국 죽음이라는 막다른 절벽을 마주하자 깨닫게 된 것이다. 이미 자신의 영혼을 죽였던 과거의 이야기가 이제는 육신을 죽이고서야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열 다섯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스타작가의 인생은 오로지 책과 후회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신이 창조한 나만의 세계에 살아온 그녀의 인생에 남편이 나타났고 어떤 것과도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딸을 얻었다. 허구의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텅빈 인생에 이제 소중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가족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글을 쓰는 것밖에 할 줄 몰랐다. 아내와 엄마로서는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했고 마치 끝나지 않을 패배한 전투를 계속해서 치루는 듯 했다.

그러던 중 4년전 그 일이 일어난다. 그 비밀은 순식간에 그녀의 가족을 무너뜨리고 영혼을 빼앗기고 사랑스러운 딸을 잃어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수년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다른 것이 되어 바뀌고 괴물이 된 그 얼굴이 진짜라는 사실에 그 일은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을 죽이고 부패하게 만들었다.

그녀에겐 선택이 한 가지 밖에 없었고,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황망한 결과에 그녀는 주저 앉았고, 이 반전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휘몰아치고 읽는 독자의 마음도 함께 휘청거린다. 그리고 그 폭풍이 지나간 후 그녀에게 남은 것은 죄책감과 후회뿐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생각한 것이 인간과 삶의 이면성에 대한 것이다. 나 역시도 인간은 겉으로 보여지는 얼굴과 내면의 진짜 얼굴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만들어진 얼굴과 본래 민낯의 얼굴이랄까. 들켜도 상관없는 내면의 얼굴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건을 만드는 괴물의 얼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얼굴들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갈 때, 완벽한 타인이었던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룰때 일어나는 많은 부작용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그냥 운이 나빴다고 해야하는 것일까.

삶 역시 예측할 수 없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성공한 인생 이면에 불행한 인생이 동전의 양면처럼 포개져 있을 수도 있다. 강요된 선택이든 자발적인 선택이든 헬레나 같이 그에 따른 책임만 계속되는 인생은 버겁고 죽은 인생처럼 보인다.

인생은 우리에게 짐을 지우지만, 그 짐의 무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결국, 우리의 선택은 그 짐을 짊어지거나 무너져 내리거나 둘 중 하나이다.

390p

강한 죄책감을 동기로 써내려간 책을 마무리하고 헬레나는 얼른 죽은 아이의 곁으로 가고 싶어한다. 남은 시간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남기는 그녀의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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