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자신이 했던 거짓말을 속죄하기 위해 그녀는 마지막 책을 쓴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글쓰기라는 도구로 그녀로 인해 세상에 묻힌 그래서 반드시 꺼내야만 하는 엉킨 이야기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기 위해서.
사실 헬레나는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4년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려 왔다. 느슨해진 실밥 하나를 누군가가 잡아당겨 주기를. 결국 죽음이라는 막다른 절벽을 마주하자 깨닫게 된 것이다. 이미 자신의 영혼을 죽였던 과거의 이야기가 이제는 육신을 죽이고서야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열 다섯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스타작가의 인생은 오로지 책과 후회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신이 창조한 나만의 세계에 살아온 그녀의 인생에 남편이 나타났고 어떤 것과도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딸을 얻었다. 허구의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텅빈 인생에 이제 소중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가족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글을 쓰는 것밖에 할 줄 몰랐다. 아내와 엄마로서는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했고 마치 끝나지 않을 패배한 전투를 계속해서 치루는 듯 했다.
그러던 중 4년전 그 일이 일어난다. 그 비밀은 순식간에 그녀의 가족을 무너뜨리고 영혼을 빼앗기고 사랑스러운 딸을 잃어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수년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다른 것이 되어 바뀌고 괴물이 된 그 얼굴이 진짜라는 사실에 그 일은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을 죽이고 부패하게 만들었다.
그녀에겐 선택이 한 가지 밖에 없었고,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황망한 결과에 그녀는 주저 앉았고, 이 반전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휘몰아치고 읽는 독자의 마음도 함께 휘청거린다. 그리고 그 폭풍이 지나간 후 그녀에게 남은 것은 죄책감과 후회뿐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생각한 것이 인간과 삶의 이면성에 대한 것이다. 나 역시도 인간은 겉으로 보여지는 얼굴과 내면의 진짜 얼굴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만들어진 얼굴과 본래 민낯의 얼굴이랄까. 들켜도 상관없는 내면의 얼굴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건을 만드는 괴물의 얼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얼굴들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갈 때, 완벽한 타인이었던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룰때 일어나는 많은 부작용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그냥 운이 나빴다고 해야하는 것일까.
삶 역시 예측할 수 없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성공한 인생 이면에 불행한 인생이 동전의 양면처럼 포개져 있을 수도 있다. 강요된 선택이든 자발적인 선택이든 헬레나 같이 그에 따른 책임만 계속되는 인생은 버겁고 죽은 인생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