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처드 도킨스의 전작 중에 하나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이며, 오로지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아주 단순하고 이기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이 말은 전 세계적으로 학계와 책을 접한 모든 사람들의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엄청난 발언과 그를 뒷받침해 주는 근거 있는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보여주며 독자에게 진실로 접근하는 파격적인 지름길을 열어줬다.

마치 인간을 포장하고 있는 불필요한 포장지와 껍데기를 모두 걷어내고 명확한 본질만을 꿰뚫어 설명한 책인 <이기적 유전자>, 그 다음 책이 이번에 읽은 <확장된 표현형>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열심히 노력하며 읽었지만 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정말 제대로 이해한건가 하는 의문이 계속 따라 붙으면서도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저자가 책에 잔뜩 담아 놓은 논증들을 하나씩 천천히 짚어보고 되든 안되든 끈기 있게 따라가다보면 묘하게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 혹은 운반자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었다면, 이 책에서는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개념을 쓴다. 그 뜻은 유전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개체들마저도 자신의 운반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 그냥 저자는 전작보다 더 큰 충격을 주기 위한 단순 도발적인 주장이었을까.

그러기엔 이 책에 담긴 근거 있는 사례들이 많아 점점 고민과 사유에 빠지게 된다. 결국 확장된 표현형은 한 생물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아 진화하기 위해 다른 생물에 기생하거나 이용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더 효율적으로 퍼트리겠다는 행위다. 숙주에 기생하여 자신을 보호하고 주변의 다른 생물들이나 인공물들을 만들어 보호막으로 삼아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들이 모두 확장된 표현형인 셈이다.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의 후속 이야기, 새로운 주장이라기보다 그 전의 주장들을 더욱 폭넓고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추가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놓은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중간 중간 잔잔하게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개체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말이든 글이든 명료하게 결론짓고 단정해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읽는데 썩 매끄럽지는 못했다.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얼굴만큼 다 다르고 그 사상과 가치관들이 인간을 만들고 살아가게 한다고 생각했었기에 개체가 유전자의 통제를 받는 다는 주장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덮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불편한 것들을 배제한채 논증들을 따라가며 이해하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더 큰 시각을 얻게 된 것 같다. 이게 책의 결론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데 가장 앞쪽의 이야기라면 추상적이지 않고 좀 더 상세하고 전문적인 인간의 진화생물학을 기초로 단단한 생각과 사유를 설계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엔 기회가 된다면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읽어 보고 싶다. 자연선택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자연계의 정교한 설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작품이고 또 진화를 공부할때 가장 추천되는 책이라고 한다. 참.. 읽고 싶은 건 많고 욕심도 나는데 내 이해력이 잘 따라주지 못하니 오늘따라 좀 속상한 마음.

(뒤에 첨부되어 있는 생물학적인 전문 용어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용어 사전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