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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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인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를 읽었다. 첫 부분의 세장정도 되는 글을 계속해서 읽었다. 19세기 러시아 시골의 노동자 계급의 사람들과 그들이 일하는 탁하고 기름진 공기 속의 공장, 빨리 일하러 오라는 사이렌 소리, 노동자의 힘겹고 변화 없는 삶에 대해 아주 간결하고 정확하고 심지어 아름다운 글로 표현한 것에 탄식하며 반복해서 읽었다.

그들의 하루는 공장이 잡아먹었고 기계는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힘을 사람들의 근육에서 빨아 먹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 그것들이 부당한 분배이고 착취인지 알지도 못한채 아무도 그 삶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았다. 삶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오래된 관성대로 매일 같은 것을 생각하고 그저 당연한 듯이 그들은 일하기만 했다.

그런 삶을 50년쯤 살고 나면 - 인간은 죽었다.

파벨은 그런 최하층 노동자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평생을 아내에게 폭력을 가하던 남편이 죽고 파벨은 어머니와 살아가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 남자인 파벨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점이다. 그 시기에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시각을 중심으로 소설을 썼다는 자체가 혁명적인 행동이었을 텐데 작가 스스로 굉장히 각성되있고 사상과 신념이 깊다는 것이 인물들에게서 느껴졌다.

아버지가 죽은 후 아직 어린것 같았던 아들은 조용히, 비밀리에 무언가를 꾸준히 읽기 시작한다. 그 책들은 철학과 경제학 같은 책들이었고, 당대에 금지된 책들을 통해 아들은 진실을 깨닫게 되고 곁에 있는 어머니를 자신의 영역으로 조금씩 끌어들인다.

어머니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기에 진실을 말하는 아들이 자랑스러운 동시에 두렵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점점 아들과 함께 활동하는 젊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며 그녀 안에서 오래전에 잠들어 있던 불분명한 생각들을 일깨웠고, 곧 어머니도 아들처럼 더 배우려하고 노동자의 삶이 어째서 이렇게 힘이든지 알아내려하고 이해하려 한다.

"우리는 모두 살갗처럼 괴로움을 덮어쓰고 있어요, 괴로움을 숨 쉬고 괴로움을 입고 다닙니다. 잘난 체할 것도 없어요. 모든 사람이 다 강제로 눈이 가려진 건 아니고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눈을 감았지요, 아무렴! 그래, 멍청하면 견뎌야지요!"

어머니는 점점 아들이 이끄는 사회주의 혁명가 모임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작가는 어머니와 아들, 그들과 함께하는 젊은 사회운동가들을 통해 그 시대 러시아의 정치적, 문화적인 아픔을 생생하게 이야기로 담아냈다. 언제나 노동에서는 첫번째이지만 삶의 자리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있는 사람들. 시대가 변하고 노동자들의 인권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나는 왜 지금과 별다를게 없어 보일까. 신자유주의에서 노동자들역시 소설에서 말하는 같은 이상형을 꿈꾸고 있다고 생각되니 서글펐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사회주의자들의 고귀한 목적이나 진실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아주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도 몰랐던 뜨거운 열정과 행동력, 용기가 드러나고 가치있게 빛나는 점이 좋았다.

어머니는 자신의 심장을 아들의 심장에 쏟아부어 하나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싶은 열망에 가득한채 흥분해서 일어섰다.

"기다려라, 파벨, 기다려!"

숨을 몰아쉬며 어머니가 중얼거렸다.

"나도 느낀단다,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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