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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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어떤 식으로 언어에 다가가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입시에 맞춰 외국어를 무조건 외우고 시험의 결과를 목적으로 공부하는 것에 대해 가장 기본이라 생각했던 것부터 의문을 갖게 된다.

저자는 다문화 가정 속에서 자라났다. 후에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마치고 영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일본 다마가와 대학에서 '공통어로서의 영어 센터' 전임 교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하루에도 수십번 넘나들며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고 쓴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를 나름으로 고민하며 써내려 간 글의 모음집이다. 원래 여러 경계에 걸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글은 항상 흥미를 유발하고 실재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공감과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외국어 공부도 해외 생활도 경계를 넘어다니는 일입니다. 편안한 모국어의 품을 떠나서, 낯선 단어와 음성 사이를 헤엄치며, 뭐든지 떠 있는 것을 잡아서 수면 위로 올랐다가 또 다시 가라앉고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입니다.

처음 외국어를 접하면서 나는 한번이라도 '이 언어와 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싶지?', '이 언어를 통해 앞으로 어떤 경험을 쌓아가고 싶지?' 와 같은 질문을 하고 깊게 사유한 적이 있었던가. 오롯이 시험 점수를 내기 위한 공부였던것 같다. 나아가 언어 교육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한 장면에서 세계화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각국의 경계선은 점점 허물어져서 이제 외국어는 필수가 됐다. 지금 내 아이에게도 외국어를 왜 배워야하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 것 같다.

언어는 한 사람의 세계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도구다. 같은 외국어라도 어떤 경험으로 그것을 쌓아 왔느냐에 따라 언어에 자신만의 개성이 붙고 그 언어를 통해 새로운 관계가 생기고 그것이 곧 그의 삶이 된다.

언어를 배우는 데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그 언어와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다.

삶을 살아내면서 언어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를 경험한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 역시 앉아서 편안히 배우는 것보다 불편함을 끌어안고 새로운 세계와 방식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이 말은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광둥어를 배우는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현재 저자의 삶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보여진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한 사람의 세계에 공존하는 것. 정말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겠다.

내가 갖고 있는 성격이 언어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언어와 함께 정체성을 빚어나가는 것이다.

언어를 가지고 목적을 이루는 것보다, 언어와 손 잡고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하게 느끼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나름대로 언어를 재정의하게 됐고 아이들에게도 외국어를 어떻게 가르쳐야겠다라는 생각도 곰곰히 해보게 됐다. 내가 다양한 문화와 가치, 새로운 인물과 관계들, 오랜시간동안 이런 것들이 쌓여 이야기가 되는 책을 좋아하는 것도 다 언어에서 출발하는 것이므로 내 삶에서도 언어는 빠질 수 없는 성장도구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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