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 오늘도 정주행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윤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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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부분에 "이야기를 사랑한 한 작가의 장르 불명 인터랙티브 옴니버스 에세이" 라는 긴 로그라인(이야기를 한줄로 요약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책의 장르는 일단 에세이 형식을 띄고 있다. 내용은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비평까지는 아니고 흐름의 중심에는 작가의 일상이 놓여져 있기 때문에 좀더 읽기 즐거우면서 편안하다. 즉 작품의 개인적인 해석의 배경에 작가의 삶이 있는 것이다. 역시 삶과 작품이 이어지면 훨씬 가깝고 이해하기 쉬워지는 듯 하다.

소설만큼 에세이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너는 남의 일기 보는걸 좋아하는구나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결국 책을 읽는다는 건 이야기 속의 타인에 이입하여 나를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가끔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흥미롭고 가깝게 느껴지는 건 그런 일상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담긴 모든 글들은 윤이나 작가가 2020년 늦여름부터 2022년을 시작하는 겨울까지 보았던 작품들과 그것들과 함께 통과했던 스스로의 일상을 써놨다. 나도 보았던 작품들을 만나면 반가웠고, 또 다른 생각과 관점에 감탄하기도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보건교사 안은영>, <킹덤:아신전>, <더 체어> 작품을 다룬 글에서 보이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견은 많이 공감했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건 아니구나 안심하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은 왜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영화든 책이든 엔딩을 맞으면 이야기는 끝나지만 어쨌든 나는 붕 뜬 마음으로 계속 현생을 살아내야 한다. 이야기가 재밌을수록 더 그렇다. 오가는 갭이 클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 인간이 가진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절대 마르지 않을 것 같다. 한 사람이 한 인생만 살기에는 너무 억울하니까 이야기들로 대리만족하자는 것일까. 작가 적어놓은 작품들을 통과하며 나도 여러가지의 삶과 인물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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