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까는 여자들 - 환멸나는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
신민주.노서영.로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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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읽으면서 놀람과 분노가 느껴지며 생각과 할말이 많이 떠올랐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는 왠지 이것에 대하여 단 한줄도 제대로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판을 까는 여자들>은 한줄로 요약하면, '이대녀(20대 여성)가 바라보는 정치와 사회'다. 당연히 페미니즘이 중심이 되고 여성의 목소리 중심으로 모든 주장과 글이 풀어져 있는 책이다. 이런 책은 뚜렷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출발하기 때문에 이슈에 무관심하거나, 기준이 없거나, 아예 처음부터 비판할 목적으로 읽는다면 의미가 없는 시간들이 될 수 있겠다.

공저로 나온 이 책은 90년대생 이대녀인 신민주, 노서영, 로라가 이대녀들이 정치와 사회의 영역에서 더 많은 결정권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내용에서 여러가지 사건들과 팩트들을 체크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인 오류와 불합리한 투명한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현상들을 글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정치가 이대녀를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게 만들어야하지만, 동시에 이대녀를 마음대로 해석하고 하나의 단일 집단으로 축약하려는 욕심들에 저항해야한다고 말하기 위함이었다.

어디서나 성폭력은 벌어지고 있었고, 임신과 출산의 늪이 있었다. 결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이 문제는 사회적인 지원과 기회가 필요한데도 항상 다른 것에 밀려 지지부진하다. 요근래 페미니즘이 떠오르며 묘하게 남자와 여자로 편을 먹어 서로를 깎아내리고 애들마냥 떼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순수한 개념의 운동이 개인으로 축소되고 변질된 것 같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페미라는 말만 뜨면 사람들은 듣기 싫어하고 지겹다고 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기피 당하지만 사실상 변한 건 없어 보인다. 되려 페미니즘은 폄하되고 무시되며, 완전히 배제당하는 듯 보인다. 불편한 진실이 사회적 약자에게 나와서 그런 것 일까. 약자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롱과 공격의 형태로 될돌려 치는 것인가. 이게 가장 크게 바뀌려면 정치가 바뀌어야하는데 남자 중심의 정치 사회이기 때문에 그 벽은 높아만 보인다. N번방은 이슈화되는데 1년은 꼬박 걸렸는데, 보복기획으로 만든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에 실제로 4일만에 국회가 응담을 한 모습만 봐도 그 벽이 굳건하고 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든다.

계속 읽어나갈수록 '팩트가 주장을 앞서지 못한다(137P)'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불편하지 않고, 혐오스럽지 않고, 듣고싶은 것이 팩트가 되는 세상에서 점점 여성은 소외되고 무력해진다. 아무것도 할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오래된 무력감은 여성에게 사회적 불안감과 위화감을 주게 된다.

나는 삼십대 초반까지 직장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여성의 위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내게 오는 우울감과 무기력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로부터 말이다. 이후에 여러 경험과 다양한 글과 말로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다가 아니고 내가 통과하는 시대와 사회의 구조적인 영향 아래 뿌리 깊은 편견과 관습으로 자리잡은 것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질 않으니 같은 여성이 그 벽을 깨고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 이 책을 통해 읽혔다.

아침부터 대선 결과에 집 분위기가 무겁다. 아무일도 손에 잡히질 않아 청소하고 멍 때리며 앉아있다가 다시 힘을 내어 리뷰를 써본다. 이번 선거에서 이대남과 이대녀의 표도 양쪽으로 완전히 갈렸다고 한다. 앞으로 뻔히 보일 미래에 벌써부터 맥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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