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다
최다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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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지현, 강은영, 이지은 세 여성의 이야기다. 일러스트레이터, 시간강사, 무명작가로 스스로 선택하여 하고자 하는 길에 들어섰으나 여러가지 제약으로 좌절하고 타협도 하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상을 그림과 글에 담았다.

그 제약들은 어찌보면 평범하고 진부하다 하겠다만, 그래서 더 살에 와 닿는 고통이었다. 생활비를 벌어야하기에 다른 사람의 책만 만들고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없는 경제적인 여건, 돈도 명예도 없는 시간강사를 하며 좋아하는 것을 붙들고 버티고 있건만 유학을 간다거나 박사할 여유가 없는 말그대로 보따리 장사만으로 그칠 수 밖에 없던 여건, 무명작가로 어떻게든 자신만의 작품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겨우 생활하고 있는데 자꾸만 집에서 손을 벌리는 형편에 결국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여건.

이 세명의 이야기는 결국 작가의 이야기였다. 경험에서 나오는 진짜의 것들이라 아무리 설정이였다고 해도 몰입도와 공감은 다른 것들과 비교할 수 없겠다.


작가는 이 책을 작업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김지현', '강은영', '이지은' 으로 분리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신을 닮은 이들이 안쓰러워 보였고, 그들이 그저 살아가기만을 바랬다고 한다.

몰입하여 읽으며 너무 빨리 넘어가는 페이지가 미안했다. 한 컷마다 그려지는 자신의 표정을 겹쳐그리며 작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책을 덮으며 난 또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 가진게 있건 없건, 삶에서는 반드시 한번 이상은 불행이 찾아오게 되는데, 불행이라는게 참 눈치도 없고 무례하고 뜬근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한번은 무너지게 한다. 어느 누구도 초연하게 마주보고 지나갈 수 없는 일이다. 휘둘리고 찢겨지고 상처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안쓰럽다기보다 끊어지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한번 접고 변형된 꿈이라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 그냥 제자리에서 버티기밖에 못할지라도 가진것 안에서 꿈을 계속 꾸는 것.

작가는 고통스러웠을지 몰라도 읽고 난 후의 나는 위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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