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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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방문객>이후로 읽는 김희진 작가의 신간이다. 이 소설은 세상과 삶이 주는 상처와 결핍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어떤 사건으로 마음의 한쪽이 부서져 나갔지만 어쨌든 남은 삶을 계속 걸어가야하는 이들은 여러가지 이상한 형태의 방어기제를 발현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주인공인 '정해진'은 그 이상한 형태가 생활습관과 관련된 강박으로 나타난다. 불의의 사고로 눈앞에서 친구들을 잃고 혼자만 살아남은 해진은 당시의 모든 상황이 심신의 안정을 위해 믿는 미신과 같은 강박으로 일상을 버텨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해진 외에도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이 주변에 나타난다. 해진이 일주일에 나흘, 하루 다섯시간만 아르바이트하는 '불면증 편의점'의 사장은 실재로 불면증에 걸려 오로지 일만하는 사람이었고, 이명을 없애기 위해 집안을 온통 시계로 가득 채우고 밖에 나가지도 않는 게으른 극작가도 있다. 또 여행왔다가 공황장애로 비행기를 못타게 되어 한국에 눌러앉게 된 영국인 마크, 길을 잃어버린 자신에게 다시 집을 찾게 해준 우체통을 지킨다며 매일 같이 편지를 넣는 초등학생, 사채에 쫓겨 수녀복을 입고 해진의 집에 몰래 숨어들은 동갑내기 배우 지망생 승리까지. 재밌는건, 뭔가 이상해져버린 사람들의 결핍을 해진을 중심으로 서로 채워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많은 독자들이 위로를 받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들이 처음부터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도 크고 작은 강박들이 있고 처음엔 그게 싫었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내가 일상을 버텨내는데 중요한 규칙이 되어버렸다. 해진도 나중에서야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목조계단 가장자리를 밟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걸 보면 강박 행동은 역시 나에게 위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257


여기 해진의 말에서 나는 크게 위로를 받았다. 삶의 처음에서 끝을 향해 걸어가며 이상하게 변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게 위안이 되는 이 강박의 습관들을 남들이 이상하게 보던 무슨상관이란 말인가.

여기서 또 평범하다는 기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개개인은 너무나도 다양한데 시대와 사회가 만든 평범하다는 범주에 속하지 못하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그 기준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상하든, 불안하든 괜찮다. 지금 내가 여기 살아가고 있고, 나에게 위안을 주는 그 어떤 것들이 있다면 의지해도 된다. 그것이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상관없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소설속 인물들을 포함한 나까지도 좀 더 가볍게 한걸음 앞으로 디뎌볼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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