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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말하는 만큼 아이가 달라지는 부모의 말 -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30가지 대화 법칙
호시 이치로 지음, 김수진 옮김 / 더블북 / 2021년 7월
평점 :
수많은 교육서적을 읽었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 바로 실행이 가능한 생활밀착형 육아서적을 읽은 것 같다. 일본의 저명한 심리치료사이자 자녀 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아이를 향한 부모로서의 말들에 지침을 준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서는 들어본적 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만약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깊이 들어가 얘기했다면 도중에 책을 덮었을텐데, 첫장부터 실전으로 진입하는게 좋았다. 저자가 계속해서 얘기하는 부모의 말들 아래에 깔린 이 심리학은 보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바로 눈에 보여지는 아이의 모습과 행동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상황에 따른 아이의 행동과 모습을 잘 관찰하고 그에 대한 상황별 대화법을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굉장히 세세하게 일러준다. 그 대화법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지고 않고 멀지도 않다. 내게 가깝고 살에 착 감겨왔다. 책을 읽다가 지금 바로 눈 앞에 보이는 8살과 4살짜리 아들에게 바로 실행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꽤 많은 것들이 아이의 반응을 변화시켰다. 일시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일방적인 대화에서 쌍방향으로 전환된 느낌이 조금이나마 들었다.
가장 힘이 되고 다시금 생각을 다듬을 수 있게 해줬던 두 가지 대화 포인트가 있었다.
1. '인격'보다 '행동'을 칭찬한다.
-칭찬할 때나 혼을 내더라도 아이자체의 인격은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너는 원래 이런 아이야'라는 식의 발언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한계를 짓게 된다. 그러니 지금 한 행동에 대해서만 질책하고 미워하되 아이는 미워하면 안되는 것이다. 나는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끝은 이상하게도 스스로의 분노에 휩싸여 아이의 성격에 대해 혼을 내고 만다. 이런 행위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지만 왜 안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답을 몰랐다. 부모로서 그냥 무조건 참기에는 납득이 안됐다. 이 부분을 읽으며 머리가 맑아졌다. 감정 다 빼고 아이의 행동에만 잘못을 지적하는 것. 아이는 절대 미워하지 않는 것.
인격을 평가하는 말을 들은 아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의사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에게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 행동하게 됩니다.17p
2. 무작정 안 된다고 금지시키기보다 한계를 가르쳐라.
-아들 둘을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번이나 생체기가 생기는걸 볼 수 있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엉뚱하게 위험한 행동을 해서 넘어지거나 다친다. 그래서 엄마인 내 눈은 매일 불안하고 초조함을 가득 담은 눈동자로 아이들을 쫓는다. 눈만 쫓는 것뿐 아니라 입도 동시에 떠뜬다. 하지만 늘어나는 잔소리가 아이들은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선을 그어줍니다.
"엄마하고 왔을 때는 여기까지는 올라가도 좋아. 아빠가 계실때는 네가 내려오지 못해도 제리고 내려올 수 있으니까 끝까지 올라가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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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걱정하지 않기 위해 무조건 금지시킨다면 아이가 도전할 기회마저 빼앗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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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괜찮은 한계를 가르칠 때는 말끝에 "괜찮아"라고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58-59p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나의 생각과 잔소리가 아이가 도전할 기회를 빼앗고 있었다니.. 아이와 나의 사이에 생각보다 많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보호하고 책임져야할 작은 아이라도 판단할 수 있는 인격을 갖춘 존재이기에 함께 생활하며 타협점을 찾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이와 적절한 협상과 타협점을 찾는 훈련이 잘 되면 어떤 문제와 상황에서도 부모자식의 관계가 왜곡되지 않고 아이 스스로도 완성도 있는 문제해결의 능력을 갖출 것 같다.
3.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켜보라.
-자식이 잘못되길 바라는 부모가 없듯이, 모든 것을 자식을 대신해서 예비해주려는 부모의 마음도 당연하다. 해서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 자신 없는 일이다.
어떠한 상황이든 아이가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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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절대 행동은 변하지 않습니다. 잔소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하기를 기대한다면 아이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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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 이를 지키도록 노력하고, 아이가 도와달라고 하면 그때 대화로 해결을 모색합니다.116-123p
문제는 아이의 변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폭풍 잔소리를 하거나 대신해준다는 점이다. 이래서 부모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다. 어린이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모든 것을 거쳐 성인이 된 부모에게는 기다려야하는 일이고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이 차이를 얼마나 잘 인지하는지에서부터 부모의 말과 역할이 달라지는 것 같다.
책을 덮으며 단단한 기초 위에 올려진 튼튼한 집이 그려졌다. 모든 상황과 관계에서 어떤 방향으로 말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변화된다는 것은 결국 내가 변화되야한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다른 육아서와 비슷하게 관통되는 맥락인데, 다른 점은 아주 쉽고 빠르게 실생활에 적용하고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하게나마 이 대화법을 조금씩 따라하면 나의 답답한 육아에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아이들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4살의 작은아이보다 초등학생인 첫째아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