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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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선옥의 산문집이다. 요즘 관심을 갖고 읽어보고 있는 김신회 작가님의 추천사로 이 책을 알게 됐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여러 일과 부딪히며 여기저기 세상을 떠돌며 머물렀던 집들을 얘기한다. 혼자일 땐 나혼자, 식구들이 생겼을 때는 집단으로 떠돌며 작가가 살아온 삶과 그 집에 대해서 말한다.

초가집과 부로꾸집, 식당 방, 기숙사 방, 임대 아파트등 여러 집을 통과해오면서 그녀의 인생도 책에 풀어놨다. 그녀가 거처온 집들은 좋은 집은 아니지만 나중에 그녀만의 집을 짓기 위한 동기가 되 주었고 힘들던 좋던 그녀가 살아온 흔적들을 담아두는 옹기가 됐다.

좋지 않은 집이기에, 불편하기에 작가는 아침부터 일어나 아궁이에 물을 푸며 책을 읽었다. 부끄럽고 불편한 집이었지만 그럼으로 지금의 자신이 만들어진 것이다.


작가의 집과 연결된 인생을 읽고 나자 내가 생각하는 집에 대한 생각도 풀고 싶어진다. 나의 학창시절은 짐싸고 풀고의 반복이었다. 아버지가 은행원으로 해마다 떨어지는 발령 때문에 일년에 한번은 꼭 이사를 다녔다. 때가 안맞아서 3개월이나 5개월 정도만 머물다 떠난 집도 있었다. 그 시기의 집을 떠올리면 수많은 집이 생각나지만 곧 아무것도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게 된다. 잦은 이사로 또래친구는 당연히 만들기 힘들었고 지금도 초등학교랑 중학교 동창들은 기억이 희미하다.

이 때부터 집에 대한 생각이 내 안에 자라게 됐다. 부모님도 힘드셨겠지만 이유도 모른채 뿌리없이 떠도니 이사가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대학교를 들어가자마자 용돈이든 알바든 수중에 들어오는 모든 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중에 결혼할 때 남편과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장만하려고. '결혼하는 순간부터 이제 내 인생에 이사는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쉽지 않았다. 아파트 매매가는 생각보다 벽이 너무 높았고 부자가 아니었던 우리들은 일단 전세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첫째가 태어나고 다시 이사를 생각해야할때쯤 정신이 갑자기 번쩍들며 미친듯이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게 돈으로 결론이 나버려 낙담을 계속하는 시기가 길어졌다. 그래도 간절함이 어떻게든 형태를 만들어 친정 부모님의 도움으로 함께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때 인건비 아낄려고 남편이랑 둘이 밤새도록 눈물의 단열재 깔고 한 여름에 열심히 인부들 간식 챙기고 그런 아등바등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드디어 입주한날. 그 첫날은 잠도 안자고 처음으로 이사와 기쁨으로 짐을 풀고 정리했다.

그리고 벌써 5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둘째가 태어나고 여러가지 보수공사와 말썽도 있었지만 별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 집을 다 지으면 끝인줄 알았는데 살면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추가 공사에 목돈 끌어다 쓰느라 경제적인 압박으로 머리가 아팠다. 괜히 했나 싶어 이년정도는 후회도 가끔했던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손을 볼수록 그 미운정이 고운정이 되어 버렸다. 더이상 내 집은 돈 먹는 집이 아니라 내 삶을 담는 따뜻하고 고마운 집이 됐다.

나 역시 많은 이사를 해보았고 결국 작가처럼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정말 나 다운 삶을 사는데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일층과 계단, 이층 그리고 마당까지 공간이 입체적으로 확장됐고 거기에 아이들의 성장과 추억이 시간과 함께 조금씩 묻어가고 나와 남편 친정부모님이 노력해서 사브작 사브작 손길을 주니 고급스러운 저택은 아니지만 나와 내 가족의 뿌리가 땅속 깊이 내리 자람이 한해 한해 느껴진다. '정말 이런게 진짜 집인거지.' 하는 생각. 집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아주 사적인고 내밀한 것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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