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속한 것
가스 그린웰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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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화 되기 쉬운 인간의 감정이 수백 수만가지의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 이라는 박상영 소설가의 추천사를 보고 이 소설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나에게 속한 것'도 아닌 <너에게 속한 것>은 무엇일까. 감정이 풍부하게 잘 표현된 퀴어 소설이라고 한 문장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쉬운 작품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사랑이야기인데, 이 소설은 특별하게도 미트코와 서술자인 나의 관계를 통해 부딪히고 흘러가는 이야기속에서 사랑이 가진 모든 감정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불가리아 소피아의 유명한 학교의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나'. 주변 지인과 학교에도 처음부터 자신이 게이라고 밝히고 들어올만큼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한 주인공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미트코라는 천진한 소년 같은 남자와 화장실에서 성거래를 한다. 하지만 거래는 미트코의 배신으로 충분히 성사되지 않았고 오히려 '나'는 이 일로 미트코를 더욱 갈망하게 된다.

점점 '나'는 미트코를 찾고 부르고 욕망을 채우고 싶어한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미트코의 반응들은 오로지 대가(돈과 선물) 같다. 이 둘의 관계는 미트코를 바라보면 거래였고, '나'를 통해 바라보면 사랑 같았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돈을 주는 사람이고 더 많이 가진듯한 '나'가 관계의 우위에 있어 보이지만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듯 매번 원하는 걸 얻는 사람은 미트코가 되었다.

소설의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첫번째는 미트코와의 만남, 두번째는 지금의 '나'가 완성된 유년시절 아버지와의 관계와 친구 K에게서 받은 상처, 세번째는 마치 금기된 사랑을 한 벌로 매독이란 질병에 걸린 미트코와 '나'의 이야기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표현한 부분이다. 친아버지는 아들이 게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그에게 역겹다는 말을 하고, 알았다면 절대 태어나지 못하게 했을거라고 비난한다.그때 아버지가 보인 시선은 '나'를 파고들어 한번도 떠나지 않는다. 이것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이 되고 기억 아래 뿌리를 내렸으며 자신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방식으로 고정되버린다. 가장 이해받고 싶었던 부모와 처음 사랑을 느꼈던 친구 K의 배신으로 받은 유년의 상처들은 그가 최초로 연결한 그 사랑의 감정을 모두 끊어버리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때 '나'는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장의 제목이 '무덤'인 것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 안타깝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미트코를 통해 '나'는 매독이라는 성병에 걸린다.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진료를 보는 내용이 마지막 부분의 주된 얘기인데, 그 과정에서 세상적인 기준에서 느낄 수 있는 질타와 부정적인 시선이 자주 느껴져 불편해진다. 검사하는 와중에 느낄 수 있는 모든 수치심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스스로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행위들이 이런 수치심과 모욕으로 돌아와야 하는지 나 같으면 분노가 일었을 것이다. 성소수자라고해서, 대상이 가장 밑바닥에서 구원될 수 없는 미트코와 같은 비주류라서 그런 것인지... 이런 수치심과 모욕이라는 감정들은 왠지 '나' 스스로의 존재 자체도 부당하고 세상에서 배제되야할 존재로 낙인 찍히는 것 같았다.

사랑에는 수 많은 결이 있다. 그리고 어떤게 더 아름답고 고귀한 사랑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고 그런 기준자체도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미트코와 '나'와 있었던 거래도 사랑의 한 부분이라고도 생각한다. 또 후에 '나'가 미트코에게 연민을 가지는 것도 사랑의 한 부분이라고도 생각한다. 사랑의 폭은 이렇게 넓고 다양한데 혐오스럽고 더럽다는 기울어진 사고로 사랑의 범위에서 그것을 배제하는데 그것은 삶의 한 부분만을 보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랑 안에는 그 만큼 많은 사람의 삶이 겹쳐 있고 그 감정의 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함부로 그 사랑의 형태와 정체성을 판단하는건 매우 위험하고 잔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는 소설이었다. 주류집단의 사랑이라고 해서 아름답고, 소수집단이라고 해서 혐오스러운 감정이 드는 것이야 말로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사랑은 너무나 개인적이고도 그 자체만으로도 배려받고 존중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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