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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을 쓴 올리비에 푸리올은 철학자이자 소설가고 에세이스트, 강연자다. 또한 단편영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겸 편집자다. 저자의 얼굴이 참 다양하다. 이렇게 일에 있어서 경계가 없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들의 사고는 공통적으로 자유롭고 직관적인 듯하다. 내가 가지기 힘들었던 사고의 유형이라서 이런 사람들의 말이나 글들은 항상 내게 흥미롭고 내 사유를 고무 시킨다.
저자는 노력하기 위해 일부러 애쓰지 말라고 한다. 이상하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노력해도 살아남기 힘든 사회 분위기에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모든 노력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때로 노력은 비생산적이고 스스로를 더 가두는 무용한 가치 행위' 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 같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이라는 프레임 안에 자신을 넣고 닦달한 들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몸에 긴장과 힘을 좀 빼고 여유와 느긋함을 곁들여 제대로 된 집중의 기술을 이용해 인생의 중요한 것에 몰두하라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정확하게 공감하고 깨달은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작이라는 부담에 대한 위로, 또 하나는 제대로 집중하는 방법.
□ 시작하기
"모든 것은 이미 시작 되었고, 우리는 계속 하기만 하면 된다. 다음 행보가 어떻든 지금 자신의 위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미래를 위한 결단들은 전부 가상의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되 조금씩 나아지기만 하면 된다."
26-27p
항상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시작도 전에 결과에 대한 부담을 갖는다. 내가 이것을 이뤄내기 위해 얼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 가늠해 보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절실히 깨닫는다. 이미 태어나서부터 나는 뭔가를 항상 시작하고 있었고 또 계속 하고 있었다. 의식하지 못했을 뿐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이미 시작하고 유지하며 결국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큰 위로를 받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되 조금씩 나아지기만 하면 된다."라는 말에는 희망을 보았다. 육아를 시작한 이후로 아무것도 노력하고 성취하지 않는 나의 나태함에 한심함을 느껴 계속해서 눈에 바로 보여지는 새로운 성취를 찾아 다녔다. 사실 이런 행위보다 이미 시작되고 진행되고 있는 것들을 조금 더 나아지도록 개선하는 게 더 빠른 결과물을 볼 수 도 있는데 사유가 부족했던건지 마음이 조급했던건지 이 글을 읽고 다시 생각을 다 잡게 됐다.
□ 집중의 비법
집중이란, 우리가 반드시 타는 법을 익혀야 하는 파도다.
244p
그렇다면 내면의 평화를 찾고 순간을 음미하는 상태에서 진짜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까. 이 챕터에서 나온 데카르트의 방법을 읽으며 내가 문제를 맞닥드렸을 때 가졌던 가장 큰 오류를 확인했다. 데카르트의 방법은 1.명백함 2.분배 3.정렬 4.열거 네 가지의 길을 따라가는 규칙을 알려준다. 그 중에 문제가 복잡할 수록 한번에 완벽히 숙지하려고 하는 나의 단점을 깨달았다. 이것이 사실 지금까지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힘든 노력으로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른 정보를 접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를 문제에 대한 긴장과 압박으로 몰아넣고 벌을 주고 있었고 실제로 나중으로 갈수록 놓치는 이해들도 많게 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방법이었고, 무엇보다 금방 지쳐갔다.
데카르트는 문제가 복잡할수록 분배하라고 한다.
복잡성을 결코 단번에 해결하려 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거나 곧바로 깨달음을 얻으려는 생각을 버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너무나 거대하게만 보이는 것을 해체하여 최대한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274p
어려움을 잘게 나누어 난이도에 따라 정렬하면,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보하게 된다." 고 말한다. 마치 계단을 오르는 일처럼 문제를 다 쪼개놓고 가장 이해하기 만만한것부터 차근차근 파고들면 어떤 방법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은 집중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집중의 정의는 뭘까. 진정한 집중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책에서는 진정한 집중력은 노력하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자, 이제 그만 떠들고 집중합시다." 하고 시작하면 진심으로 집중에 몰입하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모두가 경험해 봤을 테지만 진정한 집중은 내가 지금 집중하는지 모르는 상태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옆에 누가 지나갔는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몰두. 이게 진정한 집중력인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성공과 성취는 노력에만 달려 있지 않고 순수한 본연의 것, 공기를 마시듯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몸을 맡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직과과 유연성에 더 큰 비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사실 프랑스 철학자가 프랑스식 수월함을 내세워 빨리빨리와 노력을 강요하는 한국인인 나에게 보편적이면서 적절한 설득을 할 수 있을까 좀 우려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철학, 스포츠, 음악, 문학, 외줄타기 등의 다양한 인용과 비유를 사용하며 주장하니 자연스럽게 내가 보지 못했던 어떤 신비한 영역과 기술을 발견한듯 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어디에 귀속되고 특정되지도 않고, 이미 정해진 한계점에서 쓸데없는 노력 같은 것도 하지 말고,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길어올리고, 전전긍긍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때가 왔을때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유연한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