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인의 시집보다는 시인의 산문집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아직 내게 시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 쉽게 손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가끔 너무 좋게 만나는 산문집들을 보면 저자가 시인인 경우가 많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시인의 눈으로보는 세상을 내가 이해하기 쉬운 산문의 형태로 만나서 그런 것 같다. 결코 내가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며 흘려버리는 일상과 풍경들이 시인의 눈에는 반드시 포착되는데 그것들이 하나하나 담겨서 반짝거리는 것이 시인들의 산문집 같다.
이 책의 저자도 시인이자 명상가이다. 현재는 고향에서 아내와 함께 소박한 생활을 즐기며 집필 활동을 통해 수행자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시집으로는 <세상의 모든 아침>이 있다. 이 책 <함박꽃도 감나무 그늘 밑에 있으면 영원히 꽃이 피지 않는다>는 시인이 그 동안의 삶을 살며 명상하고 깨달아온 나름의 철학과 사유를 담은 책이다. 총 5부로 나뉘어지고 짧은 글들이 마치 일기처럼 차곡차곡 담겨있다.
읽다보면 독자마다 나와 다른 생각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저자의 삶에 대한 식견과 사유를 적어놓은 것이긴 하지만 문체가 어느정도 확고한 면이 있어서 어떤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너와 내가 다르듯이 이건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난 책이기에 받아들이는 독자의 면면마다 다를 수 있음을 서로가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삶은 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얼굴 다르듯이 다른 마음과 다른 생각을 품고 산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어떤 생각을 받아들이고 평가할때 분별력 있는 사고로 수용해야 할 것 같다. 그냥 다름을 인정하고 나면 어떤 견해든 또 다른 생각이 있구나. 라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꼭 책 뿐만아니라 살면서 사람관계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