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평점 :
암흑기라고 불리우는 중세를 지나 인문학적 도약을 시작했던 르네상스 시기.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은 그런 르네상스 시기에 파생된 인문주의의 대표적인 성과물로 꼽힌다.
1511년에 출간된 아주 오래된 고전을 2022년에 읽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한 일인 것 같다.
그때 당시의 고명한 학자가 바라보던 세상을 수백년 후의 사람인 내가 책을 통해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니까.
에라스무스는 가톨릭의 사제로서 평생 가톨릭 신앙에 헌신했지만, 당대 종교인들에게 보였던 부정과 부패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않았다.
<우신예찬>은 그런 종교인들에 대한 풍자, 종교인들 외에 군주, 귀족, 법률가, 시인 등 당대 지배층 또는 엘리트들에 대한 풍자가 담긴 책이다.
여기서 '우신'은 어리석음의 여신을 뜻한다.
어리석은 신이 당대의 현자들에게, 혹은 당대의 현자들을 향해 연설을 한다는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이다.
에라스무스는 우신의 입을 빌려 반어법 등을 통해 여러 사회적 문제를 비평하고 풍자한다.
비록 르네상스였지만 여전히 종교의 힘이 막강했던 당대에도,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리며 사랑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책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2022년을 사는 나로서는 전혀 공감되지 않는 내용도 있었다. 이를테면 여성에게 학문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당대에 노골적으로 나타나던 반여성주의적인 시각은 너무나 아쉽다. 그렇게 학문을 많이 공부했어도 여성의 인간성과 잠재력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가장 무서운 '우신'은 편견과 혐오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