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선진국

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월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은 불평등한 선진국이다."라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니, 전제에서 시작했다기보다는 저자가 조사한 수많은 데이터들을 토대로 그러한 결론에 이르렀고,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물론, 대한민국이 불평등한 선진국이라는 말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혹자는 대한민국이 '불평등한' 나라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도라면 평등을 실현한 국가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혹자는 대한민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니라는 의견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하나의 의견이 틀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기존에 내가 가진 생각 역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지만 '불평등'하다는 것에 동의해 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러한 생각이 더욱 강해지게 되었다.

책에서는 여러가지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통계를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하여, 대한민국이 과거와 비교하여 어떻게 변모해 왔고, 다른 국가들과 통계상 어떠한 차이를 보여주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읽기 어려운 말을 사용하기보다는 통계를 알기 쉽게 그러나 깊은 통찰력을 담아 해석하여 주었다. 그래서 꽤 두께가 있는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새 다 읽을 수 있었고, 우리 나라의 현실을 보다 더 파악할 수 있었다. 얕게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성별 간의 소득 격차, 빈부격차로 인한 교육의 질적 양적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목차 중에서는 '불평등의 근원:노동'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일단, 노동을 '불평등의 근원'이라고 워딩한 것이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노동은 흔히 교육과 함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과정 내지는 도구라고 여겨지곤 하는데, 사실은 노동 시스템은 굉장히 세밀하게,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동의 경우 과거에 있었던 생산직-사무직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벗어나 현재에 와서는 특수고용노동자,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 등의 다층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그러한 시스템은 노동자들이 더 높은 사다리로 향하는 것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저자가 좋아한다고 밝힌 안토니오 그람시의 구절,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에서 찾고 싶다. 비록 이성에 따라 파악한 현실은 비관적이더라도 그 파악 과정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낙관적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의지라는 것을 다시한번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