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각성
정원 지음 / 북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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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여행 에세이인 <여행 각성>을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요. 


저자 정 원


정 원은 아마 필명인 것 같은데요. 저자는 세상만사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는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글쓰기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고 하고요. 영화학과에 입학했지만 그쪽이 아닌 것 같아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도전만 하다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아주 잠깐 회사 생활을 했지만 그것도 곧 그만두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얼마나 흔들리는 청춘이었겠어요.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도 있었을 거고, 주변에서 점차 안정적인 위치를 잡아가는 시기에 혼란도 많았겠죠.

그때 위로가 되고 잡아주었던 건 글쓰기와 여행이라고 해요. 


이 책은 첫 홀로 여행이었던 오사카 여행과 오빠가 있는 뉴욕, 보스턴 여행 그리고 엄마와 떠났던 삿포로 여행의 기록이자 스스로 디딤돌을 놓고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인 것 같아 읽으면서 응원이 되었어요. 


"나는 떠나야 했다. 지금과는 달라지기 위해서, 나에게 좀 더 솔직해지기 위해서.

절망적인 현실과 물리적인 거리를 둔 채로 한참 남은 인생을 대비할 수 있는 요소가 더 이상 일상에선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얻을지, 혹은 잃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 캐리어를 꺼냈다."

9p



그녀와 나의 첫 번째 여행


오사카 여행은 저자가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혼자 9박 10일 떠난 여행이었다고 해요. 취준을 준비하다 훌쩍 떠난 여행에서 목적지 없이 거리를 헤매고 하고 발길 따라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내면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건 저의 어린 시절이었어요.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혼자 여행을 시작한 때... 그때의 설렘, 그때의 고민들 말이죠. 

가족과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그녀와 달리 저는 대학 1학년 때 부모님이 50%를 보태주시고 나머지 50%는 장학금으로 갚으라고 하셔서 지금도 절친인 친구와 유럽 캠핑 배낭여행을 다녀왔었어요. 

그 뒤로 거의 매 방학마다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녔던 것 같아요. 

2학년 때 처음으로 혼자 한 달간 태국,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오고 3학년 때는 중국 실크로드, 티베트, 네팔, 인도 등을 10개월 다녀오기도 했었고요. 


20대는 특히 그런 시기였던 것 같아요. 나의 현재와 바라는 욕망의 극간이 큰 시기 말이죠. 그래서 좌절도 많고, 때로는 끝없이 내면으로 동굴을 파고 들어가기도 했고요. 

여행은 그 시기 저를 또렷이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도구 같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여기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한한 자유를 느끼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틈만 나면 나갔던 것 같아요. 

어릴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히치하이킹도 하고 국경을 걸어서도 넘기도 하는 패기가 넘쳤던 시기였었죠. 


왜 저자는 오사카를 이야기하는데 저는 제 옛 모습이 보였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업으로 하지 않고, 대학시절 줄곧 꿈이었던 대학교수 진로를 접고 일상으로 돌아온 건 '여행은 삶이고, 삶은 여행이다'라는 걸 깨달아서였는데요. 


그래서 내면의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터치만 하고 '나는 현실적이니까 저리로 돌아갈 거야' 하면서 바로 턴해서 수면 위로 튀어 올랐었어요. 

그 뒤로 많은 곳들을 여행 다녔죠. 그런데 치열하게 내면을 파고들며 고민했던 그 시기만큼 여행을 다녀도 나를 만나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여행이 아닌 보는 관광에 치중하게 되어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어느덧 40대 중반에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마음이 왜 떨리는 걸까요. 잔잔한 호수에 누군가 조약돌을 자꾸 던지는 것 같아요.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싶은 생각이 불쑥 떠오르며, 새가 되어 새로움을 맞이하며 살고 싶다는 그녀가. 태양을 쫓으며, 달을 쫓으며 살고 싶다는 그녀가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회사를 나와 제가 결국 추구하는 건 자유라는 걸 알아가고 있는데요. 돈과 시간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고독할 자유, 날아갈 자유가 참 부러웠어요



처음에 이 책의 서평을 신청한 건 곧 있을 뉴욕, 보스턴 여행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는데요. 

오히려 처음 떠난 혼자만의 여행 이야기와 삿포로로 떠났던 엄마와의 여행기가 저를 과거로 떠나게 했네요. 


엄마와 한 달간 떠났던 체코, 헝가리, 산토리니 여행에서 그녀가 느꼈듯 저도 내가 자라니 엄마가 어려지는구나..를 처음 느꼈던 것 같거든요. 

그때만 해도 엄마가 참 어리고 이뻤는데... (지금은 아프셔서 많이 늙으셨어요...) 하며 생각하다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피식 웃기도 했고요. 


책리뷰를 한다는게 제 이야기가 되고 말았어요. 

다른 분들은 읽으시면서 저와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시겠죠? 

저자의 문체에 빠져들면 다른 분들도 본인의 과거로, 여행으로 돌아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와 태양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속삭였다.

엄마, 나는 태양을 쫓으며 살아갈래요. 영영 타오르고 매일 지고 있는 태양을, 

창백하게 반짝이는 달을 쫓으며 살아갈래요. 

어디에 쫓기는 것 없이, 뿌리를 내리지 않고 굳게 자리를 쥐고 있는 것들을 보며 안심하며 떠날래요. 

외로움을 느낄 때면 항상 똑같은 것들을 바라보며 잠시 위로받고 또 다른 새로움을 찾을래요."

248p


 태양과 달을 쫓으며 뿌리를 내리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찾으며 살고 싶다는 저자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를 응원하며 리뷰 아닌 리뷰를 마무리해야겠어요.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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