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고 그 안에 빠지게 되는 시간보다 기괴하고 오묘한 겉표지와 작가의 사진에 온 시선을 빼았기고말았다.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함과 오묘함이 서린 고양이 목을 쥐고 있는 표지의 인물과 전혀 연관이 되지 않는 81년생 매력적인 작가의 사진 앞에서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굳이 작가의 성별을 따져가며 책을 선택하고 읽는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서 느껴지는 작가들만의 문장과 구성은 판이하게 달랐다. 선이 굵고 감정의 기복이나 숨을 몰아 쉴 틈을 주지 않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작가에 몰입되어 책이 읽히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별 시덥잖은 소리로 작가니 문장이니 아는체 하는 (정작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유는 안보윤작가의 오즈의 닥터를 읽으면서는 작가를 알지 않고 책을 읽었다면 당연히 남성 작가가 쓴 책이겠거니 했을지도 모를만큼 문장마다에 힘이 넘쳐 흘렀고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는 경계를 미처 깨닫기도 전에 또 다른 장면을 펼쳐보이는 과감함이 있었다.

물론 개인적인 편차가 따르기도 하겠지만 오랜만에 아주 흥미롭고 신선한 책을 만난듯 했다.

현실과 환각을 오고가는 경계도 불분명하고 읽으면서도 되려 환상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이 작품이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는건 어떤 이유에서 일까.

 

주인공 '나'는 가상의 정신과 상담의인 닥터팽에게 끊임없이 거짓된 이야기를 하고 그 거짓말들은 현실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면서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거짓으로 만들어낸 '나'의 이야기는 현실의 '나'를 설명하기에 충분한 밑그림을 이미 그려내 보여주는 듯 하다.

기괴한 모습으로 때와 장소를 정하지 않고 나타나는 닥터 팽 역시 환각인지 현실인지 인지하기 까지는 책을 읽는 동안에는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닥터팽의 입으로 던지듯이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들이 '나'의 본 모습과 현실을 자각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역시 이 작품만의 역설이고 매력이 아닐까한다.

거짓과 허구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나'와 닥터팽 또다른 축을 이루는 인물 수연을 통해 교차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서사는 완성이 된다.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닥터 팽의 입을 통해 말 했지만 '나'를 통해 말 한 것이고 또한 수연을 통해 말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환각을 오가는 묘한 긴장감과 호기심은 살짝 흥분되는 스릴을 맛볼 수 있었고 또한 인물들을 옆에서 혹은 뒤에서 숨어 지켜보는 듯한 기분마져들어 읽는 동안 혼자서 어설픈 관음증에 빠지기도 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도로시는 결국 마법사를 만났던가 어쨌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오즈- 그 오묘하고 신비 혹은 이상한 길을 안보윤작가의 오즈의 닥터와 함께 하는 동안엔 충분히 신이 났다.

둘둘 말아 감아 올린 이불 속에서 몇날 동안이나 오즈의 닥터와 함께한 날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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