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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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다이어리의 정수현 작가.

그녀가 택시를 타고 토크쇼를 진행하는 프로에 출연한것을 우연한 기회에 보았는데 글에서 느껴지는 것 만큼이나 발랄하고 상큼했다. 거기에 더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현 사회에 현상을 꼬집어 내고 그것들을 글로 표현으로 형상화해 내는 감성에 부러움과 찬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압구정 다이어리로 칙릿 소설이라 하면 당연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녀의 신작 셀러브리티.

사실 인터넷 언어나 신조어를 별루라 하는 편이기에 셀러브리티 라는 단어가 가지는 뜻과는 상반되게도 자꾸만 반감을 가지게 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셀러브리티....트렌드를 생산해내고 그 트렌드로 한 시대를 풍미시키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내용에서도 등장하지만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이 알려지고 관심을 받고있는 패리스 힐튼이나 빅토리아 베컴, 다이애나 비 등의 감히 엄두 낼 수는 없지만 그들의 트렌드와 멋은 언제라도 따라 하고픈 욕망이 생기는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물론  칙릿 소설을 읽기에는 내가 좀 많이 먹었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여자는 나이가 어떻든 간에 아무래도 여자이기에.

 

공주라 생각하며 공주의 삶을 꿈꾸던 여자 아이는 자신이 공주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 때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까.

나는 어땠었나....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내가 하고자 하는것은 언제든 이룰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모든 것들이 허상과 과대망상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어린 나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배신감....그래 상실감 보다는 배신감이 컸던듯 하다. 나는 공주였고 공주가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공주급의 여자아이인데 세상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 배신감. 상실감 보다는 배신감이 컸던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시절을 생각하면 설핏 웃음이 난다.

셀러브리티의 갈피 갈피를 장식하는 주인공 백이현의 삶도 다르지 않다.

공주를 꿈꾸고 모든것이 나를 위해 존재함을 믿던 시절을 지나 스물일곱, 갖고 싶은 가방을 사기 위해 빈곤한 식탁과 빈곤한 정신을 마다치 않는 연예인의 사생활로 지면을 장식해 먹고 사는 잡지사를 다니는 직장여성.

셀러브리티에서는 그런 그녀에게 정말로 영화처럼 드라마 처럼 혹은 세상의 모든 젊은 여성들의 상상에서나 가능하고 존재할 법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류스타 유상현과의 만남에서 그를 비롯한 주변인들과 꼬이고 꼬이고 확대되고 확대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뭐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깊은 철학을 가진 작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약속없는 토요일 배를 깔고 누워 읽으면서 너무 행복했음을 고백한다.

백이현과 유상현의 이야기들이 묘한 두근거림과 흥분을 가져다 주어 첫장을 넘긴지 채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 숨에 책을 읽어내려갔으니 책을 읽는 세가지 즐거움을 뛰어넘는 재미의 즐거움이 있었으니 깨달음과 앎, 감동을 주지 않아도 읽는 순간 동안은 흥분되고 웃음이 절로 났다.

주인공 백이현처럼 이십대 여자애 였더라면 느끼는 즐거움이 다를까 생각해보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아련함의 즐거움도 또한 얼마나 큰지.

세월은 셀러브리티를 환호하거나 백이현의 스펙타클하고 극적인 삶을 갈망하거나 탐하지 않게 만들었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혼자만의 상상으로 키득커리던 그 때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단다.

그 날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고, 지금의 나는 또한 시간이 지난 후의 나를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때 그때를 사랑하라. 오늘의 내일도 내일이 되면 오늘의 오늘이 되는 것이니 현재와 현실을 살아내는 법을 깨닫게 되고 알게될테니까.

 

깃털 처럼 가볍게 읽히고 솜뭉치 처럼 부드러운 소설이다.

여자들만의 소설이라 어느 남정네가 이야기 한다해도 " 그래 니들이 뭘 알겠니" 하며 핏 하고 웃어 줄 여유를 알 수 있는 소설을 백이현의 나이를 훌쩍 지난 어느 겨울 어느 날에 만나 참 재미나게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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