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땅을 찾아서 우리문고 20
스콧 오델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어린시절에는 만화 영화나 동화책으로 읽었던 무지개 너머엔 금은보화.보물이 가득하다는 말을 정말로 믿었었다.

아직은 추위가 남아있는 늦봄, 비가 내리고 집앞 작은 개울을 건너면 깊은 산으로 이어지던 능성이에 무지개가 걸리고 일곱살쯤 되던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무지개 끝을 찾아가보기로 결심했다.

개울을 건너고 내린 비에 적셔진 풀들이 발목을 감아왔지만 저 끝에 보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꼭 가야겠다는 결심만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능성이를 지나 산 초입을 지났지만  걸려있던 무지개는 보이지도 않고 이미 해는 지고 있었다.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숲에서 일곱살의 나는 추위와 어둠에 두려웠고 무지개끝에 정말 보물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일어 결국은 산을 내려오고야 말았다.

그때 나이의 세갑절은 더 먹은 지금에서도 그때의 기억이 또렷한것을 보면 보물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컸었는지 한편으론 씁쓰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끝까지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기도 하다.

어찌 알겠는가 그 길로 무지개끝을 따라갔다면 집잃은 천사가 되었거나 들짐승에게 해를 입지 않았을거라 장담하지 못하니 말이다.

 

스콧오델의 황금의 땅을 찾아서는 기억의 어느 자락에서 먼지 쓴채 감춰져 있던 옛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일곱살의그 웃긴  해프닝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혼자만의 비밀이었는데 황금의 땅을 찾아 떠난 16세기 정복자 스페인 군대는 어떠했을까 작은 짐작이 가기도 한다.

 

16세기 스페인 군대를 따라 항해하던 지도제작자 소년 에스데반이 군대안 반란을 꿈꾼 멘도사 대위와 한편으로 몰려 본대에서 떨어져 황금을 찾는 원정대의 일행이 된다. 황금을 찾는 길에서 인디언들에겐 그저 쓸모없는 돌덩이나 다름없는 그것을 위해 멘도사와 그의 일행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며 단지 황금에 대한 무지막지하고 무모한 집착을 하게 된다.

황금의 땅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 생각할 이유도 없이 멘도사의 일행은 원래 그 땅의 주인인 인디언들을 향한 잔인한 살육을 저지르기도 하고 에스데반 역시 그 길에서 그들의 황금에대한 욕망과 집착을 고스란히 닮아가고 있었다.

결국에 찾게된 황금의 땅에서 황금을 앞에두고 멘도사 대위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에스데반을 더욱 황금에 집착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황금의 무게에 마음마져 짓눌리게되고 말았다.

황금을 향한 무한한 욕망은 그 욕망만으로도  인디언들과 동료 또한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결국 마지막 까지 남은 에스데반이 황금을 내려놓음으로써 황금으로 부터 진정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었다.

 

황금을 숨겼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재판을 받게된  에스데반의 회상으로 그들의 모든 여정이 에스데반의 손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작품은 인디언들에게는 가치 없는 황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그들을 살육하고 황금에 대한 탐욕으로 스스로를 잃게 만들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릴적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무지개 끝을 찾아 걸었던 작은 탐욕의 나 자신이 생각나면서 잠시 쓴 웃음이 나기도 했고 황금을 내려 놓음으로써 진정한 황금을 찾은 에스데반의 깨달음을 통해 과연 가치란 것은 어디에 두어야 되는것인가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무지개 너머를 찾아가고자 했던 내 기억과  황금의 땅을 찾아 떠난 그들의 여정을 함께하며 수풀과 사막을 지나는 에스데반을 따라다니는 동안 잔인하고 가혹하지만 즐거운 모험이 되었음을 고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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