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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90년대 중반 일본 문화 개방을 앞두고 티비에선 개방의 찬반과 일본문화의 개방이 끼칠 영향들에 대해서 토론하는 모습을 많이도 보여주었던것 같다. 그 당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을때 였던것 같은데 별달리 일본문화라 해서 거부감이나 맹목적인 찬사는 없었지만 막연히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했던 기억이있다.
이후로 많은 영화와 음악들, 일본문학작품과 소설들을 자주 접할 수 있게되었음은 물론 나 또한 일본소설이나 일본작가에게 매료되어 얼마의 작품을 읽었나보다.
최근에 가장 많이 접하게된 장르가 일본 미스터리 내지는 추리 작품인데 의도적은 아니었으나 몇권정도 읽은듯하다.
2005년 출간된 이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이시모치 아사미의 ' 이 미스터리는 대단하다' 2위에 선정된 동시에 '본격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선정된 화제의 베스트 셀러라 한다.
굳이 수상명마저 익숙하지 않고 약간의 웃음이 나는 단어들이긴해도 주목 받는 미스터리 작가의 베스트 작품이니 일본인들의 선택과 열광을 믿으며 닫혀있는 그 문 앞으로 그들과 함께 동행하기로 마음먹는데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후시미 료스케, 안도 쇼고, 우에다 사쓰키, 니이야마 가즈히로, 오오쿠라 레이코, 이시마루 고헤이, 레이코의 동생 우스이 유카
대학 동창인 6명과 관계자 1인으로 구성된 대학의 경음악부 '알콜중독 분과회' 멤버인 7인은 안도 쇼고의 형님 소유 고급펜션에서 모이게 된다.
시작부터 니이야마는 후시미의 계획된 밀실 살인에 희생자가 되고 후시미는 문을 안에서 걸어둠으로 니이야마의 죽음과 외부로 부터의 차단을 완료한다.
시작부터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미스터리인데 범인의 범행동기인 "왜"라는 의문은 밀실살인이 완료되고 난 후 이어지는 이야기들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끝까지 다 읽었을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결코 악인은 아닐듯 한 후시미의 범행을 곳곳에 깔아놓은 암시와 복선을 통해 유추하는 것이 펜션 안의 7인과 함께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살짝 흥분되기도 한다.
후시미가 범인임을 정황과 상황, 직감을 통해 짐작하는 유카와의 두뇌싸움은 또한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사실 후시미의 심리에서 묘사, 전개되는 이야기 인지라 소위 탐정이 되는 유카의 추리나 논리보다는 후시미의 편에 서서 범행을 은폐하려는(문으로 부터 차단하려는)후시미의 시각이 되어버렸다.
대학시절 그들의 관계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유카와 후시미, 문을 열고자 하는 자와 은폐하려 하는 자 사이의 묘하고 팽팽한 감정들이 뒤섞이며 흥미와 재미를 더한다.
살인의 동기에 대한 유카의 날카로운 지적과 마지막에 드러나는 후시미와 유카의 반전은 과연 밀실 미스터리 살인 사건을 다룬 이 책이 가져다 주는 재미를 배가 시켜주었다.
시리즈로 연결된 작품 속에서 유카와 후시미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는것 또한 즐거움중의 하나일 것이다.
샛길로 잠시 세자면 몇장을 넘기면서도 후시미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안도와 친구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름 석자 라는 우리 나라 이름들에 익숙해져서 이겠지만 성별을 알수 없는 (코 자가 들어가는 여자이름은 빼고)이름들에 살짝, 아주 살짝 당황 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척척 구분 되어지는 것을 보니 그다지 염려스러울 일은 아닌듯하다.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작가의 호흡이 대단하고 마지막장을 보자마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번 더 읽게 만드는 흡인력도 매력적이었다.
결말을 알고 나서 다시 한번 곳곳에 양념처럼 뿌려진 암시를 찾아내는 즐거움도 기꺼이 느낄수 있는 매력적인 미스터리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