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성 - 무애도인 삶의 이야기
김광식 지음 / 새싹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범의 눈을 가진 스님, 춘성.

언제나 불교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지고 살아 왔던지라 불교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니 자연히 수행하는 스님들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스무살 무렵에는 뒤늦게 사춘기가 오는지 매일 밤이 까닭모를 고민으로 힘들어했었다.

그때에 읽은 책들이 고은님의 화엄경과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었던 김성동님의 만다라 였다.

화엄경의 두툼한 부피에 기가 눌렸지만 나름 인내하는 도를 닦는답시고 한장 한장 읽어내려가던 기억이 난다.

만다라를 읽으면서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떠나지 않았다. 만다라의 법운은 아직은 어렸던 내가 이해하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했던 기억만 남은 것을 보면 그 나이의 다른 종교의 나는 퍽이나 충격을 받았던것도 같다.

책으로 접하거나 방송을 통해 알게되는 속세에서도 저명한 스님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그들의 무소유와 나눔과 자비가 언제나 존경스러웠다.

스님이란 자고로 도인 같아야 하고 말씀이 별로 없으나 한번 가르침에 많은 이들이 깨달음을 얻고, 언제나 무소유를 실천하며 바른말 고운말을 쓰는 이 일것이다 하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인을 대하게 될때면 항상 그들에게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원하는지도모른다. 스님을 만나면 부처님을 원하고 목사를 만나면 예수를 원하는 그런 어리석지만 수줍은 바람처럼.

깊이 뿌리 박힌 편견을 가끔씩 확인 하게되지만 별로 스님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이유로 운동하는 체육관이나 상점등에서 스님을 만나게 되면 가끔씩 어리석게도 실망한 적이 있었다. 그들에게 생활인이 아닌 도인의 모습만을 찾기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 춘성 스님을 만나고서 내 못난 편견들이 얼음이  천천히 녹으며 물이 되듯이 그렇게 하나 둘씩 녹아 내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도 유명한 만해 한용운 스님의 제자이고 그를 시봉한 스님이며 평생 이불을 덥지도 않았던 춘성.

입은 옷 한벌 외에 옷을 가진 적이 없고 물욕 또한 없어 주머니에 돈이 생기면 생기는대로 필요한 이에게 줘 버리는 바보 스님 춘성.

원색적인 욕 속에도 가르침을 담았던 진정한 무소유의 실천자이며 무애도인이었던 춘성.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라시던 말씀에 그동안 세인들에게 거의 알려진바 없으나 호탕한 법문과 성품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시금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책속에서 만난 춘성 스님의 일화와 스님을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은 무애도인으로 살다간 춘성을 세상에 일러주는 듯 하다.

스님의 원색적인 욕이 담긴 말들과 때론 무심한듯 던지는 스님의 말들은 그동안 내가 원하고 그려놓았던 편견 속에서의 스님의 모습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춘성 스님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기뻤다. 그러나 그보다 더 스님의 법문과 일화 말씀등을 통해 그동안의 편견속에서 어리석었던 나를 돌아볼 수 있음이 또한 기뻤다.

 

춘성이 입적한지가 오래고 그를 알던 사람들 또한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한다. 춘성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많은 자료의 조사와 먼길,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저자의 발걸음 발걸음 마다에 춘성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름 가까이 책 속의 춘성 스님을 만났다. 그저 허투루 읽고 넘겨 버리기엔 책속 춘성의 가르침이 무거운 무게를 가졌기 때문이다.

누운 머리 맡을 몇날이고 지켜주던 춘성의 이야기.

 

범의 눈을 가진 스님의 모습에서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한 무애도인의 삶을 감히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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