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 동심으로의 초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세벽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아, 아름다움과 절망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목이 아닌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자 동심으로 어른들을 초대하고 있다.

이미 아이의 마음을 잊어 버린 사람들에게 꽃과 등나무의 이야기는 동심의 세계로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작고 여린 잎, 잎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여린 풀잎은 세상에 던져졌다.

햇빛을 보는 법이며 물과 바람과 흙에서 우뚝 서는 법을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던 여린 잎은 자라기 위해서는 타는 듯한 고통을 감내하며 햇빛을 향해 마주서야했다. 그러나 잎은 너무 여렸고 타는 듯한 고통을 힘겨워 했다.

마음속 깊은 곳 어디선가 들려오는 진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당히 고통을 감내하며 햇볕앞에 우뚝 선다.

햇볕의 강렬한 열기에 데이고 놀라기도 하고, 바람의 변덕으로 어지러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고통 대신 햇볕 마주보기가 가져다 주는 감동과 기쁨으로 여린 잎은 햇볕과 바람으로 성장한다.

다른 풀잎들의 시기와 치열한 경쟁을 견디고 실처럼 가느다른 줄기가 생겨 옆으로 뻗었지만 옆으로만 자라는 자신을 혐오하기도 했지만 여린 잎이었던 자신이 풀이 아닌 하늘 위로 자라날 나무임을 다시 한번 진리의 소리에게서 용기를 얻었다.

"네 자신을 믿고 햇볕을 향해 가다보면 언젠가 하늘 위로 올라가게 될거야."

옆으로 자라는 이미 나무가 된 여린 잎은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서로에게 손을 뻗어 오는 나무를 만나서 두손을 맞잡는다.

쉬지 않고 서로에게 향해 가는 나무,

서로를 끌어 않은 나무들은 행복함에 아래를 내려다 본다.

이미 한 몸이 되어 하늘을 향하고 있는 그들, 서로를 의지 하고 몸이 짓무르는 쓰라림과 고통을 견디며 그들은 꽃을 피운다.

고통을 참아가며 그들의 사랑이 맺은 찬란한 결실, 찬란한 꽃을.

그리고, 사랑이 시들어진다.

함께 견딘 태풍과 비바람을 잊은 채,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며 헤어지기를 갈망한다.

이들의 갈등은 그들의 찬란한 결실인 찬란한 꽃들의 자살을 불러온다.

몸을 떨며 아파하는 그들, 나의 힘으로 꽃을 피웠고 꽃향기로 인해 숲이 아름다워 지는 것도 내가 한 일이며 너는 내가 한일을 우리가 한 일이라고 말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나무.

그토록이나 힘들게 손을 뻗고 서로를 안아 하늘로 향하며 피운 찬란한 꽃들이 그들의 불화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꽃들의 자살....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나는 자진해서 죽을 생각이었다. 언젠가 그에게 전해 들었던 그 꽃들 처럼 북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자살하고 싶었다. 아니 이미 꽃들이 먼저 자살하고 있었다. 부모의 근심과 불화로 인해 심한 불면과 우울에 시달리던 꽃들이 저절로 죽고 있었다."P134

 

 작가는 한몸이 된 등나무를 보고 어른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를 그려내었다.

이미 한몸이 되어 서로를 버리지 못하는 등나무, 찬란한 꽃을 피우지만 꽃들이 일제히 자살을 하고 만다.

바로 그들의 갈등과 불화로 인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사랑이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아름답고 강렬한 그림과 여린 잎이었던 나무가 겪는 성장통이  두려웠던 햇볕 마주보기, 옆으로 자라는 자신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성장통을 겪은 후에야 나무로 자라나는 여린 잎처럼 사람들은 성장통을 겪고 자라며 사랑을 만난다.

그리고는 다시 사랑의 성장통을 겪고 또 다시 자 라 난 다.

사랑하는 이의 모든것이 싫어질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 이유때문에 사랑했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이유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고야 마는 아이러니.

나무의 불화로 스스로를 버리는 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사랑의 결실인 자식이 될 수도 있고, 사랑으로 이뤄낸 눈부신 자기애일 수 도 있겠다 싶다.

각자의 고통스런 성장을 겪고 만난 나무가 또다시 함께하는 성장통을 겪고 영원하듯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믿는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오랫동안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며 다가가 결국은 짓무르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서로를 안고 있던 등나무.

그들 처음의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 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고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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