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배우 차인표.

90년대 초반 손가락 하나를 흔들며 온 나라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버린 차인표하는 배우.

여고생이 었던 그 시절에 그가 흔드는 손가락과 잘 생긴 외모는 단연 같은 또래 친구들에겐 인기가 있었고, 그렇게 그는 잘 생긴 우리나라 배우  정도로 알고만 있었다.

간간히 그가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봐왔었는데 몇해전 티비를 통해 소개된 그의 이야기는 그에 대한 그저 잘 생긴 배우 정도로 알았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었다.

컴패션을 통해 많은 나라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있었고, 직접 입양한 아이들도 있었다.

연예인이고 외모나 이미지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텐데 좋은 일 까지 한다는 사실이 물론 귀감이 되고 훌륭한 일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그것보다는 배우로 알려진 이미지의 차인표 이기 보다는 배우가 아닌 차인표라는 사람이 가지는 따뜻함과 고운 마음씨가 마음으로 전해졌다.

티비에 보여졌던 그의 이야기가 차인표의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아이를 찾아가던 그의 땀에 젖은 모습을 생각하며 책으로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린 소설 잘가요 언덕을 만났다.

위안부로 끌려갔다 반세기가 넘어서야 돌아오게된 훈 할머니의 이야기가 소설을 쓰게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흘러버린 시간의 크기가 너무 커서일까 훈할머니는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 눈을 감으셨다 한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 이들을 용서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하는 생각은 내내 나를 괴롭혔지만 엄마별과 애기똥풀꽃이 피어있는 야트막한 잘가요 언덕에 오르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잘가요. 잘 가세요."

백두산 자락에 자리한 호랑이 마을의 작별인사를 나누던 봉긋이 솟아 있는 잘가요 언덕.

잘가요 언덕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엄마를 해친 호랑이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호랑이 마을로 온 황포수와 아들 용이, 촌장댁 손녀딸 순이, 일본군 장교 가즈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를 해친 호랑이를 죽였으나 차마 호랑이 새끼를 죽이진 못했다고 힘들어하는 용이에게 순이는 엄마별을 이야기 해준다.

제일 따뜻한 별, 엄마별.

엄마별은 잠시 보이지 않을뿐 늘 그자리에 있는거라며 용이를 위로하는 순이와 피해자의 눈에서 보면 가해자이며 악인임에 틀림없지만  개인으로써 일본군 장교 가즈오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전체를 보자면 악인이지만 그 개인만은 나라에 충성하였으나 결국에는 그 충성으로 괴로워 하는 한 인간을 대비하여 보여준다.

위안부로 끌려갈 위기에 처한 순이를 구하고자 하는 용이와 가즈오.

용이의 등에 업힌 순이가, 순이를 안고달리던 가즈오가 그 달음질이 빨라져  절대로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헛됨을 알지만 바라고 또 바랐지만.

 호랑이 마을을 내려다 보며 날던 바빴던 새끼제비의 마음이 이랬을까.

용이와 순이 그리고 가즈오.

그들이 손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는 들꽃 피어있는 잘가요 언덕에서 제일 따뜻한 엄마별을 바라 보며 "꼭 돌아올게요. 우리 다시 만나요."하고 손을 흔들어 본다.

 

어른이 읽는 동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언어와 표현은 괴롭고 슬픔의 역사의 순간들을 읽음에도 마음이 격노하거나 슬프게 울지 않는다. 휘몰아치지 않고, 다만, 같이 가슴아파하게 만든다.

 

차인표의 손에서 태어난 잘가요 언덕은 그가 만들어낸 엄마별을 사람들의 가슴에 심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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