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두막,

상처가 만들어진 곳에서 치유는 시작된다.

 

고등학생일때 기독서점에서 책을 한권 샀었다. 삼위일체의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였고, 특히 성령에 대해 주로 언급을 하는 책이었다. 사실  누군가에게 주려고 샀던것 같은데 끝내 내 책장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것을 십오년이 훌쩍 지나버린 제작년에야 읽었다.

어린시절부터 한동네 거의가 고스란히 같은 교회를 나가던 동네에서 자랐고, 성장과정도 교회와 뗄수 없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어렸을때 부터 무조건적인 믿음의 강요와 주입은 머리가 커져갈 수록에 내적으로 심한 갈등을 입기도 했었다. 과연 궁벽한 시골 촌동네의 작은 교회일 뿐이었던 그 곳에서 어쩌면 나의 신앙도 끝내 자라나지 못하고 좁은 그 안에 갇혀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종교관련,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독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 오두막은 더 반가웠다.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진  장소 오두막에서의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만남.

맥은 어린시절 아버지로 부터 깊은 상처를 받은채 그 상처를 고스란히 끌어안은채 살아온 남자였다. 아이들과 함께한 아영지에서 딸 미시를 유괴당하고 깊은 산속 오두막에서 살해를 짐작케 하는 미시의 피묻은 옷가지만 발견하게 된다.

맥이 '거대한 슬픔' 이라 부르는 미시의 유괴와 죽음, 상실은 맥과 그의 가족들에겐 잊혀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상처로 그들의 가슴안에서 여전히 숨쉬고 있었다.

어느날 오두막으로 초대하는 파파의 편지를 받은 맥은 아내가 하나님을 부르는 파파-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지독한 상처이며, 거대한 슬픔의 장소로 떠난다.

오두막에서 삼위 일체의 하나님과 만난 맥은 그들 셋과 함께, 또 그들 각자와 대화를 나누고, 파파의 지혜가 인격화된 모습의 소피아와 심판에 관해 대화를 나누던 맥은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거창한 말없이도 큰 치유의 힘을 느낀다.

 

명사가 아닌 동사의 하나님, 삼위일체의 하나님이자 나를 사랑하는 하나님이며, 사랑의 하나님. 그러기에 하나님은 맞서 이해하고 믿는 대상이 아닌 그 안에 거하고 그에게 안기는 대상으로의 하나님을 깨닫게 된다.

거대한 슬픔을 안겨준 그를 용서하고 어린시절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이 자신을 지배하는 것으로 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파파를 통해, 예수를 통해 또한 성령인 사라유를 통해 깨닫게 되는 맥,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을 용서한다.

다 풀리지 않은 자신의 분노가 격노한 홍수처럼 범람하는 듯 하였으나 소피아와의 대화를 통해  그는 사랑하는 자식중 누구하나를 심판할 수 없는 자신처럼 하나님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두막에서의 삼위일체의 하나님과의 만남은 맥을 진실로 평안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상처가 시작된 고통의 장소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과 아름다운 용서와 화해의 축복이 이루어진다는 역설을 고통과 상처에 몸부림치는 영혼의 장소 오두막을 통해 이야기하는 소설은 실로 느끼기엔 환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도 치유해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 거대한 슬픔'을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화해와 용서로 자신을 지배하고 있던 괴로움으로 부터 해방될 수 있었던 맥,

그는 미시를 보호해주지 않은 하나님에게 내가 필요할때 당신은 한번도 옆에 계시지 않는다며 괴로움을 절규하기도 했으나,  상처란 것이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만들어지듯이 치유 또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그는 삼위일체의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슬픔과 아픔과 상처가 있는 인생이 개인에 한정되지 않겠지만, 얼마전 까지도 맥의 '거대한 슬픔'엔 미치지 않는 슬픔이었으나(소소한 슬픔 쯤) 나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용서 하지 않는것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고, 그 기억으로 부터 더욱 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았으나 용서는 쉽지 않았다. 어떻게 내가 용서를 하느냐며 하나님을 원망하는 시간들도 많았다. 오랫동안 용서와 분노 사이에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서야 '나는 용서하되 당신은 용서하지 마세요' 하는 어리석고 비겁한 결론을 내렸었다.

왜, 내게 왜, 하는 의문과 원망으로 많은 밤을 보냈으나 분노가 깊으면 깊을 수록 마음은 병들어갔다.

 

'죄는 그 자체가 벌이기 때문에 안에서 부터 당신을 집어 삼키죠. 내 목적은 벌 주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걸 치유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죠.'P.187

 

하나님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책속의 맥 처럼 실은 그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상처와 슬픔으로 부터 진정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상처와 슬픔을 놓을 수 있을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것을.

 

은혜가 꼭 고통의 도움을 방아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에요. 고통이 있는 곳에서 여러가지 색채의 은혜가 발견되는 것 뿐이죠.P.304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을 용서한다.

맥이 괴로움 속에서 이 말을 할때 처럼 당신을 용서한다고 종이 가득 써보았다.

당신을 용서한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과 용서와 화해가 함께 하던 오두막.

하나님을 믿는 종교인이나 굳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상처와 슬픔을 치유하는 길이 용서와 화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잊혀진것 처럼 숨어 있다가도 마음이 약해지는 틈을 비집고 슬픔과 상처가 담쟁이 덩쿨 처럼 자라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그 누구라도  읽는 내내 맥의 '거대한 슬픔'과 자신만의 슬픔이 서려 있는 오두막을 발견하게 될것이라 확신하며,  당신의 오두막에서 당신의 상처와 슬픔이 치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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