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벽 트루먼 커포티 선집 5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차가운 벽

트루먼 카포티,

지난 크리스 마스, 클래식 라디오에서 카포티의 '크리스 마스의 추억' 의 "과일 케이크를 만들기에 좋은 날씨야" 를 읽어주며 소설 내용을 전해주던 프로그램을 들었었다.

과일 케이크라....... 크리스 마스라고 특별식 따위 만들어 본적 없으니 그저 막연하게 상상을 했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과일 케이크, 어떤 맛일까. 어떤 향기 일까..

그때 트루먼 카포티의 단편을 읽어주던 디제이의 음성과 크리스마스 음악에 취해 한참동안 마음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했다는 카포티,

좋아하는 디제이가 들려준 카포티의 단편을 단편집을 통해 만나게 되어 여간 기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작가, 그리고 그의 생애, 그의 소설들.

나중에야 알았지만 '크리스마스의 추억' 이 나만 몰랐지 유명하다는 사실에 스스로 부끄러울 정도로  어느 하나 처음이지 않은게 없을 정도로 카포티에 관한 정보는 전무했다.

어쩌면 그러기에 외려 카포티의 단편들은 빈 스케치북에 연한색 부터 채색해 나가듯이 읽을 수 있었다.

 

차가운 벽을 포함한 20편의 단편들은 1943년도(차가운 벽)부터 1982년 어떤 크리스 마스 까지 연대 순으로 발표된 작품들을 담고 있다.

세월이 흐를 수록 카포티의 단편들은 조금더 부드럽고 내면을   세밀히 표현해 낸다.

이야기들 속의 인물들은 마음안에서 갇혀있거나 혹은 마음으로 부터, 그 어디로부터 나오고자 애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카포티의 단편들이  섬세하고 조금 더 인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단편들에 앞서 실린 레이놀즈 프라이스의 '쓸수 있는 대답' 이란 글을 먼저 읽었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시간들의 미국의 모습과 미국의 사람들, 카포티가 의미를 부여했을 것들을 단편을 통해 바라보고 때로는 느끼고 생각하는데 잠시나마 동행했다는 착각이 즐겁기까지 했다.

 

카포티에 대한 레이놀즈 프라이스의 글에서 그의 어린시절과 카포티라는 성을 얻게된 과정을 읽으면서 그가 뒤틀리고 외로웠으며, 감정적으로 박탈된 유아기와 청년기, 초기 장년기를 상상해보았다.

평범하지 않았을 그의 생이 카포티만의 소설을 탄생 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표지의  손가락 사이로 담배를 끼워 문 그의 옆모습은 The Walls Are Cold 라는 글자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간의 감정 표현이라는 면에서 이 단편들은 그가 거둔 가장 인상적인 승리의 표상이다"

(레이놀즈 프라이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카포티의 단편집을 한번 읽고 난 지금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다시 카포티의 단편에서 헤엄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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