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봐도 19살 무렵의 나는 무슨 꿈을 꾸었을까 싶다.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똑똑한 친구들 처럼 일찍이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랬기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적당히 점수 골라 대학을 갔고 대학을 가서도 내가 원하는 과인지 공부인지 하는 의문조차 품지 않고 그저 대충 수업을 받았고 대충인 학점으로 졸업을 한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조금 더 일찍 하고 싶은 일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때 그 시절에 분명 내게 도움을 주고자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을텐데 귀를 귀울였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을까 가끔 생각을 해본다. 현실과 이상 앞에서 늘 헤매이기만 했던 시기, 정작 방황하는 열아홉도 아니었건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던 시기. 내게 열아홉은 그렇게 늦은 야간자습과 방학때는 보충수업으로 그렇게 지나갔고 그렇게 벌써 십사년이 흘렀을 뿐이다.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철탑 건설현장에 실습을 나가게 된다. 요녀석들이 숙소에서 도망치는 장면에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꼴찌라고 매일 눈총이나 받는 녀석들이 우연한 기회에 산골 추동리의 철탑 건설 현장에서 몸이 땀에 절도록 막노동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자, 어른들의 기세에 눌려 쭈뼛쭈뼛 하던 녀석들이 1차 탈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다시 추동리로 질질 끌려온다. 그리고 폭염 속에서 이어지는 작업과 건설 현장의 사람들과 추동리 사람들과 어울려 가는 과정에서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 처럼 경계를 넘으려 할때마다 그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추동리에서 이 꼴찌 녀석들은 세상으로 나갈 성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요할 때만 너는 어른 이라고 하며 정작에는 어른 대접은 해주지 않고 잔소리만 늘어놓는 녀석들의 부모님과 어른과 아이의 중간 단계에서 사회가 만들어 낸 꼴찌라는 타이틀에 녀석들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발목을 잡힌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추동리에서 꼴찌녀석들은 저마다 성장하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채로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다. 비록 지금 까지는 꼴찌였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는 결코 꼴찌로 살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추동리에서 한것일지도. 추동리로 간 네 아이들 처럼 그 시기에 놓여있는 많은 아이들이 읽으면 자신의 이야기 인듯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고, 이미 어른이 된 많은 사람들은 훨씬 지난 후이지만 그때 그 시기를 떠올려보며 추억에, 감상에, 회한에 잠기지 않을까 싶다. 물론 누군가 파수꾼이되어 지금의 아이들을, 그때의 우리들을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책을 읽는 내내 산골 추동리가 그려졌다. 불만에 툴툴거리면서도 심성 착한 꼴찌 녀석들을 곁에서 지켜본듯 하다. 자극적인 내용없이도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흡인력이 있어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은 읽으며 내내 즐거웠다. 지금 딱 꼴찌녀석들과 같은 경계에 서 있을 또 다른 꼴찌 내 조카에게 꼭 읽어보라 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