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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 특유의 문체와 서술 방식이 언제나 낯설었다.
처음 접한 일본 소설은 하루키를 만나면서 부터였다. 드라이 하고 쿨한듯 하며 때로는 냉소적이고 담담하며 가끔은 비웃음을 머금은 허무가 있었다.
번역체의 걸러낸듯한 문장은 글자로 한번 읽히고 다시 뜻을 담은 문장으로 읽히곤 했다.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나"에대한 정립이 쉽지않았었다. 지금에야 센스있고 세련된 비유를 따라가지 못한 탓 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말의 권위자인 다카시는 일본 소설 속 사랑의 언어들을 풀어내며 그 언어들을 음미할 수 있는 길을 잡아준다.
"더 멋진말을 해줘요."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얼마 만큼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다카시는 먼저 하루키의 소설들 속 사랑의 언어를 이야기한다. 봄날의 곰이라니 하루키처럼 답해줄 사람이라면 그것이 누구더라도 두렵거나 망설이지 않을 듯 하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는 좋아했던 남자가 언급한 적이 있는 책이었으나 읽으며서 진도가 나가지 않아 진땀을 뺀 기억이 있다. 금각사를 읽은 것이 아니라 금각사를 이루는 글자를 읽었었다고 고백해야겠다.
다카시는 금각사에 대해 기묘하고 독특한, 나쁘게 말하면 그냥 나쁜 남자의 본보기와 종류룰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그 끝을 완성했다 라고 한다. 말 더듬이 장애를 가진 주인공과 가시와기의 언어을 통해 나쁜 남자의 사랑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하루키의 소설속 사랑의 언어나 나쁜 남자의 사랑의 속삭임보다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속삭일까 에서 얘기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전차남 에서의 사랑 언어가 마음을 울렸다.
대중적이기도 해서일까 하루키 처럼 특별하지도 않고 나쁜 사람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의 나같은 이들의 불타오르지는 않지만, 뭐라도 내세울것 없는 사랑이 잔잔한 우리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랑 중에서 남녀간의 사랑이라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 사랑이 아니던가. 교통사고 처럼 찾아오는 사랑이 있는 가 하면, 늘 그자리에 있는 그 무엇처럼 스며들어버린 사랑도 있을 것이다. 어느 사랑이든 그 사랑의 속삭임의 언어가 아름답지 않을까.
다만 바란다면 바라는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겠지만 하루키의 소설속 사랑의 언어를 들려줄 참이면 낫겠다 하는 바람.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속 사랑 언어 라는 부제하에 하루키의 사랑속삭임, 나쁜 남자의 사랑속삭임 보통 사람의 사랑속삭임을 하루키의 소설들과 금각사, 산시로, 겐지이야기, 지금 만나러갑니다를 비롯 한 보통 사람들의 사랑 속삭임을 네편의 소설로 그 안의 사랑과 그 언어를 담아놓았다.
사랑에 늘 서툴고 지나고는 후회와 절망만이 남았을 많은 사람들은 소설 속 특별한 사랑도 그 특별한 남녀도 결국은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그들 속에 우리네들이 있을거라 믿고싶다.
단지 사랑의 언어로 이해하기에는 소설속의 언어는 가히 풍부하다.
사랑도 삶 속에 한 부분인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