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고향 사진관을 읽기 하루 전날 밤 꿈에 한적한 시골 대로 변에 퇴색해가는 건물의 고향사진관을 보았다.
’고향사진관’ 퇴락했지만 선명한 간판이 눈에 선해 꿈에서도 한동안 어리둥절해 있었다.
이미 꿈속에서 고향 사진관을 본 후라서 인지 펼쳐든 고향사진관의 모습은 그대로 마음에 와 박혔다.
군대를 제대한 스물다섯의 청년이 다니던 학교 마저 접고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수발과 어머니와 형제들을 건사한다.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했을까 그 속마음을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서걱거린다.
아버지의 고향사진관을 운영해가며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의 결혼을 치뤄내고 자신 또한 한 가정을 일궈가면서 용준이 겪고 감내해야 했을 마음의 무게를 가늠키 어려웠다.
사랑보다 깊은 신뢰로 아내와 결혼을 하게된 용준은 시간이 지나며 친구들의 소식이 전해지고 전해지는 장소가 된 아버지의 모습이었던 사진관을, 또한 자신의 모습인 사진관을 지켜나간다.
그의 꿈과 미래가 사진관 안에서 또아리 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서 용준은 고민과 고통과 절망 사이에서 그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나갈 뿐이다.
20년의 병수발을 하는 동안 그도 아버지가 되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 후......
찾아오는 아버지의 죽음과 용준의 가족에게 닥치는 그것이 한없이 원망스러웠고 슬펐다.
용준과 그의 가족들에게 찾아오던 잔잔한 듯 일상적인 행복은 곧 용준에게 닥칠 일을 대비하지도 못한채 급작스럽고 바쁘게 그들에게 들이닥쳤다.
과연 젊은 날의 꿈과 그려보던 미래를 접고 저렇게 고향 사진관에서 한 생을 지낼 수 있을까.
그것도 병수발을 하면서 가까운 곳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오로지 아버지에게 맞춰 지낼 수 있을까.
용준의 삶은 내게 손사래 쳐지고 있었다.
그의 삶은, 고향사진관에서의 그의 삶은 아버지가 자신을 지탱하게 만들었듯이 그 또한 가족들에겐 지탱하는 지지대였음을.
그의 삶은 그 안에서 아늑했을까. 아늑했겠지.....
아버지였고 아버지 이며 아버지 였을 세상의 모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후들거리는 눈으로 꿈 속의 고향 사진관을 다시 둘러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