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신경숙 작가는 이상문학상이 가지게 되는 신뢰와 그 깊이를 함께 한다. 그의 소설은 심오하고 대단한 진리를 설교 하지 않아서 좋고 인간이라면 이래야 한다, 이래서 되느냐 하는 물음과 가르침이 없어 좋았다. 그저 담담히 읽으면서도 가슴은 요동침을 느꼈고 언제나 이야기는 오랜동안 기억되었다. 읽고 읽고 아예 몇몇 문장을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읽었고 책을 읽으며 언제나 머릿속엔 이야기의 그림이 그려지곤 했다. '엄마를 부탁해' 책의 설명이나 내용 추천사를 한번 읽어 보지도 않고 선뜻 선택한 것은 신경숙작가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때문이었다. 서울에 올라온 어머니가 실종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점은 엄마를 잃어버린 자식들과 남편, 다시 잃어버린 그 어머니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어린나이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자식들이 자라면서 남편의 외도를 견뎌내면서 시누이의 시집살이를 견뎌내면서 그 때의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고 자신들을 돌아보며, 엄마의 심정을 지난 세월의 오로지 자식이고 남편이었던 상호의 입장이 아닌 관찰자적 입장에서 엄마를 이해하고 추억한다. 끝끝내 엄마를 찾을까...파란 슬리퍼를 신고 초췌한 모습으로 여기저기서 목격되었다는 엄마를 찾을까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는 내내 불안했고 아팠다. 눈꺼풀이 덮히면 눈물이 떨어질까 몇번이나 눈을 위로 치켜뜨고 파란 슬리퍼를 신은 엄마의 모습에서 자꾸 내 엄마의 모습이 보여서 책을 수십번 덮었다 펼치곤 했다. 엄마는 내게 언제나 배경처럼 늘 그자리에 존재하는데 이런 엄마의 상실이 그려져 슬픔이 복받쳤다. 엄마도 엄마가 된다는 것을 배운적이 없고 엄마도 언제나 여자였고, 언제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당연함을 깨닫지 못했고 못하는 이 많은 시간들에 눈물겨웠다. 읽기전에는 이 눈물겨운 먹먹한 마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시집간 딸들이 올때면 항상 집안을 살피고 정리하던 엄마. 더이상 내품안의 자식만은 아니기에 자식이라도 예의를 차리던 엄마, 그런 엄마가 오늘따라 한없이 애잔하기만 하다. 빠른 숨으로 읽기를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장을 덮자마자 언제나 여자였고 언제나 엄마가 필요했던 우리 엄마에게 내밀었다. 돋보기를 끼고 미동도 없이 몇시간이고 책을 붙잡고 있던 내 엄마는 눈가가 짙어지며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노을빛만 남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그리고 말 해본다. "엄마를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