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레아,

 

천재 바이올린 소녀와 그의 아버지 반블리에트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초록색 눈 ,검은 머리의 소녀의  창백한 얼굴빛과 갸녀린 손가락에 한동안 매혹되어 표지의 레아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사실 첫장을 넘기면서 부터 자꾸만 딴생각에 끌려가는 느낌이라 1/3을 읽으면서도 바이올린과 레아와 반블리에트와 아드리안에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작가이며 철학자인 파스칼 메시어의 작품을 접해 보지 못한데 대한 어색함과 낯설음도 있겠고 깊은 밤에 읽기 시작하여 레아의 이야기 보다는 글자, 문자만을 읽고있는 나를 보았다.

그러다가 레아의 첫 콘서트에서 마리가 레아의 이마에 성호를 긋는 모습이 도무지 상상되지 않아 책을 덮고 처음 아드리안과 반블리에트의 만남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더러는 하룻밤새 읽는 책이라고 평하기도 한 이 책이 내게는 생소하고 다가오기가 어려웠나보다.

 

아내 세실의 죽음으로 안으로만 열려있던 레아의 마음이 길거리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보게되고 바이올린에 빠지게 되면서 인정 받는 학자인 반블리에트의 삶은 오로지 레아, 레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레아를 향한 반블리에트의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레아의 바이올린에 대한 명예욕, 광기 어린 열정, 누구가 자신을 가로막으면 드러내는 냉혹함도 체험(p.135)한 반블리에트는 자신의 삶을 오롯이 레아를 위한 삶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그럴수록에 레아에게서 소외되는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갈등하고 고민한다.

자신을 레아에게서 소외시키는 것이 괴로웠고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레아의 바이올린 선생들인 마리와 레비를 향한 질투와 시샘이 그들과 레아 사이의 교감과 연대감에서 오는것임을 알지못했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가 레아를 위해 과르네리 델 제수를 구해준 이후 였다.

  그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가슴아프고 떨리고 무서웠으며 애써 믿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레아를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아드리안과 반블리에트의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프로방스의 카페의 풍경과 반블리에트의 모습, 아드리안의 모습이 마치 영화처럼 시각적으로 상상 되기 시작하며 레아를 읽는 내내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생레미의 요양소를 찾을때마다 나는 바이올린으로 내 딸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이다 라며 절규했을  반블리에트를 보았고, 열정보다는 절제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온 전직 외과의사 이며 딸을 만나기 위해 아비뇽으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반블리에트를 만나 자신과는 대조적이며 다른 반블리에트의 불운한 이야기에 매료되는 아드리안이 그려졌다.

그리고, 섬세한 손길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음으로 지어진 대성당 같았던 음악이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레아의 모습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 보았다.

 

나는 이 책에서 시각적인 상상과 더불어 청각과 촉각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레아의 이야기를 만난것에 오랫동안 매료되었고 아드리안이 그랬던것 처럼 역광속의 반블리에트를 생각하며 그가 요양소 담장 곁에서 망원경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말을 따라한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흔든 적이 언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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