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
정준기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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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

 

 

 

이 책 속에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부속병원에서 근무한 한 의사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란 제목은 히포크라테스를 모델로 삼아 의사의 사명감으로 청춘을 바쳤던 시절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회상하는 마음으로 지은 제목인 듯하다고 내 멋대로 생각해 본다. 원래 수필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이니.

 




이 젊은 히포크라테스가 처음 의사가 되었던 시절은 복어 독을 먹은 사람이 쇳가루를 먹고 독을 중화시키던 시절이었다. 한국동란이 지나가고 우리나라 의학이 겨우 자리 잡아가던 시절에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로 첫발을 내딛던 이야기에 괜시리 마음이 뭉클하다. 어렵고 힘든 경제력 속에 열악한 환경에서 집념 하나로 의학 공부를 해내고 유학 생활을 했던 그의 이야기도 생생하였다.

 

의사로서 가졌던 사명감을 강조하진 않았지만, 직업에 충실하려고 애썼던 저자의 직업관이 느껴졌다. 저자는 인생을 포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매우 솔직하게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 글을 썼다. 오히려 인간적이어서 책 내용이 마음에 더 깊숙이 와닿았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좋은 글귀와 시를 책 곳곳에 심어 두었다. 누구의 인생에도 지침이 될 내용들이어서 읽는 내내 공감을 했다.

누군가의 긴 인생을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엿보고 나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연민과 감동이 느껴진다. 이 책의 내용이 다른 수필과 다른 점은 왠지 삶 속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어렵던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인생에서 오는 긴장감일까, 아니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그의 직업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인생을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낸 밀도에서 그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침 의대 정원을 늘이는 문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암수술을 3개월씩 기다리다가 3, 4기로 발전하여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사람들이 많은 판국에 밥그릇의 사이즈가 작아지는 것을 막겠다고 직장을 내팽겨 쳐놓고 파업 중인 의사들에게 곱지 않은 국민의 눈길이 쏟아지는 때다. 문득 그는 이 시국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도 환자는 지켜야 한다는 쪽일까. 의사 수가 늘어나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는 후배 의사들의 간절함에 더 마음이 갈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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