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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여행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이재형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3년 7월
평점 :

『프로방스 여행』
프랑스어를 전공한 저자는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를 출간한 후 이번에 <프로방스 여행>을 출간하였다. 제목만 봤을 때는 프로방스를 여행하며 각 도시에 대한 정보를 전해 주는 여행 책자인 줄 알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로방스는 여름에 덥지 않으며 겨울에는 춥지 않다고 한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아름다운 풍광과 풍족한 농산물에 여유 있는 사람들의 인정이 어우러진 곳이다. 《프로방스 여행》은 어떤 예술가들이 이 지역을 애정했는지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예술가들이 프로방스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그들의 예술혼을 펼쳤는지에 관해 쓴 글이다.
어떤 테마를 가지고 여행한다는 것은 매우 알차고 보람찬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예술가의 혼이 남아 있는 프로방스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보낸 삶과 업적 그리고 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소소한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고흐의 대표작 <별이 총총한 밤>과 <노란 방>은 아를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카뮈는 노벨문학상을 탄 후 작은 마을 루르마랭에서 여생을 보냈단다. 화가에 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이 됐던 이프성,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어릴 적 감명 깊게 읽었던 ‘슬픔이여 안녕’을 쓴 프랑수아즈 사강의 또 다른 소설 ‘신이 여자를 창조하셨다’가 영화로 촬영된 곳으로 유명한 생트로페. 저자가 들려주는 주인공이었던 브리지트 바르도에 관한 이야기와 이 영화를 대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시각도 재미있다.
아게 지역에 얽힌 생텍쥐페리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곳은 야수파 화가들의 강렬한 화풍의 시작점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언젠가 뜨거운 햇살을 받아 강렬한 원색을 내뿜는 아게의 하늘, 바다, 숲을 야수파의 시각에서 느껴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르누아르는 관절염에 걸려 날씨가 따뜻한 프로방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카뉴쉬르메르에는 르누아르 미술관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미술관이 있는 앙티브, 마티스와 샤갈이 사랑한 예술의 도시 니스. 바로크 예술로 실내를 화려하게 장식한 생트레파라트 성당. 예술에 얽힌 옛 역사의 내용을 하나하나 상기하며 발길을 옮겨볼 일이다.
저자는 챕터 사이사이에 올리브 이야기나 누가 과자 이야기, 프로방스의 전통음식 등 소소한 사담을 넣어서 읽는 재미를 더하였다.

여러 작가와 화가들이 사랑했던 프로방스를 이곳을 방문한 누구나 다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프로방스에 살면 꿈 같을 것이다. 아를에서 반 고흐는 예술적인 영감을 받아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언젠가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에 나온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고 싶다. 마티스는 자신의 작품 전부를 니스에 기증했다 하니 니스에 간다면 마티스미술관을 꼭 보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고딕양식의 정수 아비뇽 교황청을 보러 가는 길에 몽파베에 들러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 비극적 삶의 주인공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삶을 반추하고 싶기도 하다.
그저 여행이라면 유명한 스팟 몇 곳을 구경하고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음식을 먹고 현지 기념품 한두 개 사 오는 것이 여행의 기본 코스이며 여행의 정석으로 알고 있던 나에게 이렇게 예술가들의 삶의 자취를 쫓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매우 색다른 여행 경험으로 느껴졌다. 정말 값어치 있는 여행이다. 나도 이런 테마가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 몇 년 전 남부 프랑스를 한 달간 여행한 친구에게 난 독일의 작은 마을들을 여행해보고 싶다고 말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지중해 남프랑스를 여행하는 것도 감명 깊은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시간을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고흐, 르누아르, 샤갈, 마티스, 카뮈, 프랑수아즈 사강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예술가들의 생애이기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