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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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밥 먹을 때 알쓸신잡을 보는 애청자인데 1, 2, 3시즌을 통으로 몇 번씩이나 정주행했다. 이 책에는 <알쓸신잡 2>에서 한 이야기가 다수 실려있다. 하지만 언제나 글은 영상 매체보다 압도적인 정보량을 선사한다. <알쓸신잡 2>가 건축에 흥미를 돋우는 영화의 시놉시스 같은 것이라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인문학이라는 필터를 끼운 카메라로 찍고 후보정까지 완료한 영화에 해당한다.



∣ 우리는 건축 자재로 건축물을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건축이 다시 우리의 삶과 정신과 문화를 만든다. (p.138)


책의 초반을 읽을 땐 '도시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는구나' 했는데 읽다 보니 도시나 건축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홍시에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하는 것과 같다는 걸 깨달았다. 무려 의·식·주 중 하나인 건축은 사람, 삶, 생활, 문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무엇이 먼저인지 인과를 따지기 힘들다. 사람이 건축물을 만든다. 건축물이 모여 도시가 된다. 도시는 다시 사람의 생활을 만든다. 건축은 사람과 생태계를 공유한다.



∣ 보편적으로 중력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지구는 우리를 계속해서 잡아당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먹을 수록 살이 처지고 늙게 된다. 엄마 양수 속에서 무중력 상태같이 헤엄치던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중력을 이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 (p.317)


누워있는 아기로 태어나 서고 걷고 중력을 이겨낸다. 등이 굽고 키가 줄어들며 종국엔 흙으로 돌아간다. 중력에 체념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구나. 제일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성공적이지만 걷고 싶지 않은 거리들은 대부분 휴먼 스케일 수준에서의 체험이 다양하게 제공되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 P21

보행자가 걸을 때 미국 도시에 비해서 유럽 도시가 더 자주 교차로와 마주치게 되고, 그 만큼 보행자는 더 다양한 선택의 경험 혹흔 진행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난 도로의 공간감을 체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 P24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형 콤플렉스 건물(문화 상업 복합 시설)을 만들더라도 거리와 접한 면에는 작은 소규모 가게들이 많이 배치되도록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다. - P31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 P45

건축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구조를 그 내부에 숨기고 있다. - P71

부자들은 많은 돈을 지불하고 맨 꼭대기에 산다. 돈으로 공간의 권력을 사는 것이다. (...) 볼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고, 보지 못하고 보이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 P77

수공간(水空間)은 확연히 다른 공간으로 건너 갈 때 쓰는 건축적 장치이다. - P79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 P97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전성기를 지낸 후, 쇠퇴하고, 마지막으로 죽는다. - P107

건축가는 먼저 사람의 행위를 디자인해야 한다. - P147

물질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건축‘물‘이 궁극적인 목표여서는 안 된다. 그 이후에 만들어져야 하는 아름다운 인간의 삶이 우리 건축가가 궁극적으로 바라보고 목표로 삼아야 하는 지향점이다. - P149

수도원은 일종의 출판사 역학을 했고, 책이 집중된 수도원은 지식의 집중으로 인해 막대한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였다. - P176

간판 경관에 대한 판단은 경험하는 사람이 그 간판을 정보로 이해하느냐 아니면 장식으로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P251

애플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을 수 있는 기계를 선보인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혁신은 본능적 욕구에 충실할 때 만들어진다. - P262

미국처럼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시간 거리를 줄이는 쪽으로 건축이 발달하고, 일본같이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시간을 지연시켜서 공간을 심리적을 커 보이게 한다고 한다. - P290

두 개의 문화가 다른 건축 양식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강수량의 차이이다. - P338

다른 지역에서 동식물들이 다른 모양으로 진화하듯이 건축은 각기 다른 기후대에서 다르게 진화 발전하였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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