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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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인문건축기행 #유현준 #을유문화사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은 ', 두껍다!'였다. 다행히도 건축물의 사진이나 조감도, 평면도 등 자료가 풍부해 책장은 휙휙 잘 넘어간다. 30개니까 10개씩 3일 동안 읽자는 계획이었는데 실제 사나흘 정도에 쉬엄쉬엄 다 읽었다.

 

 

또 르 코르뷔지에다. 정말 지겹게 나온다. 웬만하면 다섯 개까지는 소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건축물은 너무 중요하다. (p.121)

 

아마 이 책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게 '르 코르뷔지에' '판테온' 아닐까? 유럽에서 12개가 소개되는데 그중에 5개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이다. 저자도 읽는 독자가 지겨워할까 봐 미리 밑밥과 연신 변명을 보태지만 그럴수록 존경심만 돋보인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숨겨지게 마련인데 하이테크 건축에서는 반대로 이런 기술을 노출한다. 쉽게 말해 이 건물이 어떤 기둥으로 서 있는지, 어떤 상하수도 공조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를 밖으로 노출해서 보여 준다. (p.35)

 

건축 문외한인 나는 알아가는 재미가 상당했다. 직장이 여의도인지라 더 현대 백화점 공사 과정을 지켜봤다. 분명 어제까지 공사하고 있었는데 당장 다음 날 개관한다기에 응? 놀랐었다. 알고 보니 내가 계속 공사 중이라고 생각했던 건 파이프들의 노출 때문이었는데... 하이테크 건축물이었구나... 책에서 소개하는 퐁피두 센터와 흡사한 모습이다. 이것이... 하이테크 건축아아 오케이 오케이...

 

지난 여행에서 무심코 지나친 건물이 굉장히 훌륭한 건물이었구나... 미리 알았더라면 더 유심히 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들었다.

 

 

여의도에 있는 '파크원' NH농협이라는 금융 회사 건물이다. (p.451)

 

여행까지 되짚지 않아도 된다. 매일 출퇴근길에 보는 파크원이 농협은행 거라는 것도 몰랐다. 세상에나. 확실히 앞으로 여행 그리고 일상에서 새로운 눈 하나가 떠질 것 같다. (확실한 건 직장에서 스몰토크용으로 최고다…)

 

 

'퐁피두 센터' 앞의 광장도 '퐁피두 센터' 정면을 향해 기울어져 있어서 그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퐁피두 센터' 정면을 바라보게 된다. (p.45)

 

'베트남전쟁재향군인기념관'에서 중력에 이끌려 걸으며 땅속에 들어가는 듯한 경험은 마치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경험과 비슷하다. (p.295)

 

건축가는 시선을 조각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 산업과 예술의 융합. 짓는 것도 크고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돈도 엄청나게 들지만 결국 움직이려는 건 사람의 마음과 시선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점수를 줬다 뺏다 원픽을 정하고 있다. 내가 감탄하는 지점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취향도 알게 된다. 나는 건축물이 자연을 끌어당기는 걸 좋아하는구나... 제 원픽은요. 피라미니 성당입니다.

 

 

대신 공간이 하도 다채롭고 새로워서 콘크리트로 공간의 교향곡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p.28)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른 훌륭한 건축물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이 현악 4중주 정도라면, '라 투레트 수도원'의 역동성은 「베토벤 교향곡 9번」 정도로 황홀한 수준이다. (p.94)

 

스포츠 만화책을 보면 과장된 설명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굳이 스포츠가 아니어도 천재를 다룬 만화책이면 으레 대단한 비유를 들면서 극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책을 읽으며 기시감을 느꼈다. 저자의 수사법이 그런 만화들을 연상케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저자가 해당 건축물을 만화 속 캐릭터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개 극찬할 때 미술이나 음악에 비유하는데 한마디로 '정말 예술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게 느껴졌다.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 탑 30을 소개하는 성공한 덕후의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영업하고 싶은 마음이 듬뿍 담긴 구성이다. 찾아가기 쉽게 대륙별로 나눠 소개하고 챕터 말미엔 주소와 휴관일까지 제공한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931년은 산업 혁명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바뀐 세상이었다.

규칙을 찾을 수 없는 복잡한 홍콩의 풍경 속에서 ‘중국은행 타워‘가 보여 주는 단순한 삼각형 기하학은 눈에 확 띈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긴다.
- P56

‘라 투레트 수도원‘은 한마디로 20세기 현대 건축에서 보여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디자인 전략과 전술이 집대성된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 P86

예배당에서는 나의 내면에 있는 신을 만날 수 있고, 예배당을 벗어난 생활 공간에서는 자연 속의 신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 P97

‘독일 국회의사당‘의 돔을 전망대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곳에 올라가는 시민들에게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는 시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에펠탑‘처럼 시민이 주인인 사회라는 것을 선언하는 공간이다.
- P143

모든 포유류는 잉태되면서부터 체온과 같은 온도의 물과 접촉도니 촉감을 느끼면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엄마 배 속에서 나온 이후 계속 자신을 감싸 줄 집을 찾고, 누군가 체온으로 안아주는 촉감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이라 생각된다.
- P183

칸의 건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빛이 빛되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 P321

본 건물에 진입하기 전에 복잡한 진입 경로 시퀀스가 있다는 점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한마디로 일본 전통 건축의 공간 시퀀스와 서양 전통 건축의 기하학적 특성을 융합한 건축이다.
- P399

이 중정에서 바라보는 햇볕은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여태껏 제대로 된 태양 빛을 경험해 보지 못했었구나‘라고 느낄 정도다.
-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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